전문가 '에어팟 전자파가 뇌를 구울 수 있다는 주장, 사실 아냐'

"에어팟을 사용하는 것은 귀에 전자레인지를 꼽는 것과 같다"라고 주장하며 당장 사용을 멈추라고 경고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영상 속 남성은 애플사의 무선 이어폰에서 나오는 전자파 수치를 측정해 보이며 각종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는 것은 주파수가 아닌 출력값이다. 에어팟과 전자레인지는 주파수는 유사하지만 출력값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문제 영상은 3월 3일 "에어팟 = 미니 전자레인지로 뇌를 굽다"라는 제목으로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에 게재됐다.

영상 속 남성은 에어팟을 착용하는 것은 "뇌에서 센티미터 거리에 작은 전자레인지를 놓아둔 것과 같다"라며 당장 사용을 멈추라고 경고한다.

이어 에어팟 주파수는 2.4GHz로 전자레인지 주파수와 정확히 일치하며, 이는 음식에 열을 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주파수이기 때문에 에어팟을 끼면 뇌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에어팟을 착용한 상태에서 귀 가까이에서 전자파 측정기를 대자 0.709mW/m²라는 출력값이 나온다. 

이 남성은 무선 이어폰이 뇌종양, ADHD, 알츠하이머병 등 "각종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라고 말하며 영상을 마무리하는데 이때 화면에는 논문 제목들을 캡처한 이미지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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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주장이 공유된 엑스 게시글 스크린샷. 2025년 4월 9일 캡처.

이 영상은 스레드인스타그램 등에도 공유됐다.

전자기기에서 발생되는 전자기파 유해성 논란은 에어팟이 출시되기 이전인 2015년 일부 과학자들이 비이온화 전자기복사에 대한 추가 연구와 관련 규제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을 한 이후 지속적으로 불거져 왔다 (아카아브 링크 여기, 여기). 

해당 논란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는 우려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저강도 전자기장에 노출되는 것이 인체 건강에 유해하다는 결론을 내릴 증거는 없다"라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현저히 낮은 전력'

전자·전파공학 분야 전문가들은 AFP에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이 머리 바로 옆에 전자레인지를 두는 것과 같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한국전자파학회 학술이사를 지낸 한양사이버대학교 왕성식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4월 8일 AFP와 인터뷰에서 "그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며 유해성을 논할 때 상관이 있는 것은 전력이지 주파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왕 교수는 "빛도 사실 주파수가 아주 높은 마이크로파"라고 언급하며 "중요한 것은 파워. 에너지를 크게 전달하느냐 적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제 영상에서 에어팟을 착용한 상태에서 측정된 0.709mW/m²라는 수치가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전자파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주장하려면 전자레인지의 출력값도 측정해 보여줬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사실상 0.709mW/m²는 대양의 "미세한 파도"와 같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자레인지의 최대 출력값은 일반적으로 500mW/m² 정도인데 이는 에어팟에 비해 약 700배에 높은 수준이다 (아카이브 링크). 

미국 뉴욕주 빙엄턴 소재 뉴욕주립대학교 백정욱 전기전자공학 부교수는 4월 6일 AFP와 서면인터뷰에서 전자레인지가 주파수만으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전자레인지는 "전자기파가 고강도로 방출되고, 전자기파가 여러 번 반사돼 음식물에 최대한 많이 닿을 수 있는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에너지가 음식물에 집중적으로 전달되도록 설계"되어 있는 반면 에어팟이나 무선 이어폰 제품들은 그렇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전력으로 전자파를 방출한다"라고 백 교수는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러한 기기에서 발생하는 저전력 전자기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장기적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해 추가적인 과학적 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제 영상에서 인용된 논문들 역시 대부분 전자기장과 뇌질환 간의 "강한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연관 가능성을 시사한 두 논문의 경우 그중 하나는 5G의 잠재적 위험성을 다룬 논문이었고 다른 한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만 한 실험 결과였다.

에어팟 관련 허위주장을 검증한 AFP 기사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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