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중국 광둥, 6월 산둥서 각각 촬영된 영상

여러 영상들이 9월 초 중국을 강타한 태풍 '야기'에 따른 피해 장면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그중 한 영상에서는 여성이 길을 가다 강풍에 밀려 맥없이 넘어지는 모습이 담겼고, 또 다른 영상에서는 모녀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길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영상은 각각 올해 4월과 6월 중국에서 화제가 됐던 영상으로, 태풍 야기와 관련이 없다.

문제의 영상은 9월 7일 '중국에 상륙한 태풍 야기의 위력이 어마어마하네요'라는 글귀와 함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에 공유됐다.

강풍 및 폭우 피해 장면이 짜깁기된 영상인데 24초에서 28초 사이에는 한 여성이 강풍에 밀려 넘어지는 장면이, 이어서 28초부터 33초까지는 모녀가 바람에 휩쓸려 미끄러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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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영상이 공유된 엑스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9월 18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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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영상이 공유된 엑스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9월 18일 캡처.

이 영상은 9월 초 태풍 야기가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을 강타한 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태국, 베트남, 일본미국, 멕시코 등 여러 곳에서 유포됐다.

국내에서는 KBS, SBS, 중앙일보 등 언론 보도에 사용돼 뉴스 방송화면을 캡처한 이미지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재공유되기도 했다 (아카아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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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야기' 관련 국내 언론보도 영상 스크린샷

최근 수십 년간 아시아를 강타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한 태풍 중 하나인 야기로 인해 250명 이상이 사망하고 침수와 산사태 등으로 수백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태풍이 해안에 더 가까운 곳에 형성되고, 더 빠르게 세력을 키우며, 더 장기간 육지에 머무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이 두 영상은 태풍 야기와 무관하다.

2024년 4월 중국 광둥성에서 촬영된 영상

태풍 야기는 지난 9월 6일 오후 4시 20분경 중국 남부 하이난성 원창시에 상륙했다 (아카이브 링크).

시속 230km에 달하는 거센 바람에 나무들이 쓰러졌고, 하이난에서 46만여 명, 하이난 인근의 광둥성에서 57만여 명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보도했다.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첫 번째 영상은 동영상 플랫폼 뉴스플레어(Newsflare)에 게재된 영상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뉴스플레어는 자신이 촬영한 동영상을 판매하거나 사이트에 업로드된 영상들의 라이선스를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다. 

'광둥 폭풍: 보행자들 넘어뜨린 강풍'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영상에는 '거센 태풍에 직격탄을 맞은 중국 광둥성에서 2024년 4월 26일 @yiyayi가 촬영한 충격적인 장면... 강풍과 폭우로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거리를 다니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을 보여준다'라는 설명이 달렸다.

다음은 엑스에 공유된 영상(좌)과 뉴스플레어 영상(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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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게시글에 공유된 영상(좌)과 뉴스플레어 영상(우) 비교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에서 계정명 @yiyayi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4월 26일 오전 11시에 올린 동일한 영상을 찾을 수 있었는데 '출근 혼잡시간 #폭우속의광둥인 #폭우'라는 제목 외에 이 영상이 광둥성 어디에서 촬영됐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아카이브 링크).

이날 중국 영자매체인 상하이데일리는 '오늘 아침 폭우와 강풍으로 선전시 주민들이 출근에 큰 불편을 겪었다'며 '혼잡시간대에 한 여성이 바람을 맞고 쓰러졌다. 오전 8시 선전시에 적색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라고 전하며 이 영상의 일부를 엑스에 공유했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이틀 후인 4월 28일 홍콩 매체 HK01은 전날(27일) 오후 광저우시에서 강한 토네이도와 우박이 발생해 피해가 속출했다고 보도하며 이 영상의 캡처본을 기사에 실었다 (아카이브 링크).

선전시와 광저우시 모두 광둥성에 위치해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광둥성 27개 시·군에 수일간 폭우가 쏟아지다 점차 잦아들어 4월 26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비상대응 수준이 가장 낮은 단계로 하향 조정됐다고 보도했다 (아카이브 링크).  

2024년 6월 산둥성에서 촬영된 영상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두 번째 영상은 중국의 인민일보가 2024년 7월 2일 공식 웨이보 계정에 게재한 영상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민일보는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6월 30일 산둥에서 모녀가 강한 비바람에 날아갈 뻔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경비원과 지나가던 사람들이 함께 두 사람을 쇼핑몰로 대피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이 영상은 당시 중국에서 화제가 되며 조회수 164만 회를 기록했다. 

다음은 잘못된 주장과 함께 엑스에 공유된 영상(좌)과 인민일보가 웨이보에 올린 영상(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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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에 공유된 영상(좌)과 인민일보가 웨이보에 게재한 영상(우) 비교

한편 뉴스플레어는 해당 장면이 포착된 CCTV 영상을 게재했는데 '갑작스러운 돌풍에 모녀가 휩쓸려 가고 있었다. 그때 쇼핑몰 경비원이 강풍을 견디며 두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라며 촬영 장소는 산둥성 더저우시라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CCTV 영상 우측 하단에는 '쇼핑몰 남서쪽 코너 9번 게이트'라고 적혀있고 좌측 상단에는 촬영일시가 나온다.

문제 영상에서 넘어진 모녀 뒤로 '핑유엔중영문실험고등학교'라는 이름이 보이는데 바이두 지도에서 이 학교명을 검색하니 바로 맞은편에 '핑유엔더바이플라자'라는 쇼핑몰이 있고, 쇼핑몰 남서쪽 코너에 9번 게이트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다음은 문제 영상(좌)과 바이두 지도에 등록된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일치하는 부분을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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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영상 외에 나무들이 강풍에 흔들리고, 호우로 사무실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 등이 담긴 1분 길이의 영상은 태풍 야기가 중국을 강타하기 두 달 전인 7월에도 소셜미디어상에 공유된 적이 있고, 대부분의 개별 클립들도 과거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공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이로 미루어보아 해당 영상에 짜깁기된 클립들은 야기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태풍 야기 관련 허위주장을 검증한 AFP 기사는 여기, 여기, 여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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