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 '사실 무근... 완전히 꾸며낸 허위 주장'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가 1981년 펴낸 책에서 엘리트 계급은 전염병을 퍼뜨려 인구 감축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아탈리가 1981년 쓴 책이라고 언급된 책 'Future Life'는 미셸 살로몬(Michel Salomon)의 저서로 아탈리를 비롯한 여러 석학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책에 인용된 아탈리 발언 내용 중에는 인구 감축이나 팬데믹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문제의 주장은 3월 28일 페이스북에 게재됐다.

게시글 작성자는 아탈리가 쓴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라며 아래 내용을 영문과 국문으로 공유했다.

"엘리트들은 오랫동안 배후에서 일해 왔으며 세계에서 인류를 말살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JACQUES ATTALI가 쓴 1981년 책에서 발췌한 내용은 엘리트 사고방식의 한 예입니다. 미래는 인류를 멸종시킬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인구... 물론 우리는 사람들을 처형하거나 캠프를 건설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믿게 함으로써 그들을 제거합니다. 우리는 특정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 전염병, 실제 경제 위기 여부, 노약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 그것을 중요하지 않으며 약하고 겁이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굴복할 것이라는 것을 발견하거나 야기할 것입니다."

게시글에는 아탈리 사진과 그의 저서 '대화록(Verbatim)'의 표지 사진도 함께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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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4월 23일 캡처.

아탈리는 소르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동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다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취임 후 10여 년간 국정 자문을 담당했다. 이후 유럽부흥개발은행 설립을 주도했고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초대 총재를 지냈다.

'미래의 물결', '미래 대예측',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것인가' 등 수십 권의 저서를 펴냈고 일부는 한국어로 번역·출판되며 국내에서도 미래학자로 잘 알려졌다 (아카이브 링크).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휩쓴 후 2020년 말 국문으로 출간된 '생명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저서에서 그는 한국을 방역 모범국가로 소개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아탈리가 1981년 펴낸 책에서 인구감축 음모론을 제기했다는 주장은 2021년경부터 최근까지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다음 카페 등에 공유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1981년 인터뷰

'Future Life'는 아탈리의 저서가 아니다.

이 책은 1981년 출간된 미셸 살로몬의 프랑스어 원저 'L'Avenir du Futur'의 영문 번역본으로, 아탈리를 비롯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생리학자 앙드레 쿠르낭 (Andre Cournand), 항생제 연구에 선구적 업적을 남긴 미국인 미생물학자 르네 듀보스 (Rene Dubos)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담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이 책에서 아탈리는 "과연 인간이 120년을 사는 것이 가능하며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답을 했는데, 해당 부분을 프랑스어 원서를 출판한 Seghers 출판사로부터 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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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Life'의 프랑스어 원저 'L'Avenir du Futur' 중 자크 아탈리의 인터뷰 발췌 (출판사 Seghers)

인터뷰 중 아탈리는 "사람이 60세나 65세를 넘어 생산성과 수익성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사회적으로는 큰 비용이 된다"라며 "실제로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보면 인간 기계가 서서히 멈추는 것보다는 단번에 멈추는 게 훨씬 낫다"라고 발언한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인구 감축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021년 4월에도 AFP는 이와 유사한 주장을 검증했는데 당시 아탈리는 AFP에 온라인상에 발췌문으로 알려진 내용은 "완전히 꾸며낸 것"으로 실제 책에 실린 내용과는 "비슷하지도 않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이는 마치 내가 '나의 투쟁'을 썼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며 문제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나의 투쟁'은 나치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이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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