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턴 교수 '그런 발언 한 적 없어... 한국 부패 카르텔 설명하기에 지나치게 단순한 표현'

미국 정치학자 마이클 존스턴(Michael Johnston) 교수가 2014년 KBS 방송 인터뷰 도중 한국의 부패 유형을 설명하면서 엘리트층이 "국민을 등쳐먹는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 게시글과 신문 칼럼 등에서 반복적으로 공유 및 인용됐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에서 존스턴 교수가 해당 표현을 사용하는 장면은 찾을 수 없었다. 존스턴 교수는 AFP에 엘리트 카르텔을 언급한 인용구 앞부분은 본인의 말이 맞으나 "국민을 등쳐먹는다"라는 식의 문장을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주장은 2월 29일 "'한국 부패 유형은 매우 흥미롭다. 엘리트 카르텔 유형이다. 많이 배운 놈들이 조직적으로 뭉쳐, 국민을 등쳐먹는다.'_ 마이클 존스턴 교수"라는 문구와 함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존스턴 교수의 인터뷰 방송 화면을 캡처한 스크린샷도 공유됐는데, 해당 장면에는 "제가 보기에는 한국은 정말 흥미로운 유형입니다. 그건 바로 한국의 부패가 엘리트 카르텔 유형이라는 겁니다"라는 자막이 달렸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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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인용구가 공유된 엑스 게시글. 2024년 4월 22일 캡처.

존스턴 교수가 한 말이라는 주장과 함께 "많이 배운 놈들이 조직적으로 뭉쳐 국민을 등쳐먹는다"라는 문장은 수년 전부터 페이스북 여기, 여기,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등 온라인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그 외 여러 언론 기고문에서도 해당 인용구가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KBS 다큐멘터리

오랫동안 세계 각국의 부패 문제를 연구해 온 존스턴 교수는 10년 전 국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KBS 파라노마'에 출연했다.

해당 인터뷰가 송출된 '무능과 부패의 네트워크, 관료 마피아'편은 2014년 5월 23일 방송된 후 지난해 12월 'KBS 다큐' 공식 유튜브 계정에도 게시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총 46분 분량의 해당 다큐는 정부 산하기관 고위 관료들과 유관 기업 임원들의 결탁으로 형성된 소위 '관료 카르텔'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어떤 문제들이 야기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다뤘다.

존스턴 교수 분량은 14분 23초부터 나오는데 14분 44초 부분에서 그는 한국의 부패 유형을 '엘리트 카르텔' 형으로 본다고 언급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관료, 정치인, 청와대, 군, 같은 지역 출신, 같은 학교 출신 엘리트들을 한데 모으고, 그들의 결탁 기반을 제공하고, 종종 그러한 결탁관계를 유지시키는 것은 바로 지속적으로 부정한 수익을 취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한다.

이어서 15분 50초부터는 엘리트 카르텔에 대해 부연하며 이는 한국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다음은 존스턴 교수의 실제 발언을 발췌한 내용이다. 

"꼭 한국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엘리트 카르텔, 이 신드롬에 대해 전반적인 얘기를 하자면, 엘리트 카르텔들은 보통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큰 거래를 통해 번성했다. 반드시 정치권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엘리트 카르텔 자금 중 일부는 정치인과 관료에게 흘러들어 갔지만 일부는 군, 기업 등에 있는 사람들에게 갔다. 그중 상당 부분은 그대로 유지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송 중 존스턴 교수가 "많이 배운 놈들이 조직적으로 뭉쳐 국민을 등쳐먹는다" 혹은 그렇게 번역될 수 있을 만한 문장을 말하는 장면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나친 단순화'

존스턴 교수는 4월 21일 AFP에 해당 문장을 말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부정확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했을 법한 주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엘리트 카르텔은 특성이 다양해서 단순히 "많이 배운 사람들"로 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어 "그들이 정치·경제적으로 영향력을 갖는 것은 교육때문만은 아니다. 다양한 권력 기반을 바탕으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결탁해 서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부정한 수익을 취득·유지하는지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카르텔이 막강한 정치적 힘을 갖게 되면 일반 국민들은 피해를 보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들이 단지 "국민을 등쳐먹기 위해" 결탁한다고 얘기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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