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사실 무근... 소설 각색한 작품,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본 완성 후 합류'

2024년 3월 볼티모어 다리 붕괴 사고의 배후에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있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해당 게시글은 다리 붕괴 사고를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제작에 참여한 재난 스릴러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Leave the World Behind)' 일부 장면과 비교하며 오바마 전 대통령이 사고를 예고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해당 영화를 연출한 샘 에스마일(Sam Esmail) 감독은 영화가 원작 소설을 각색한 것이며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본이 완성된 후에 합류했기 때문에 각색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의 주장은 사고 발생 이틀 후인 3월 28일 "오바마의 큰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됐다.

다음은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2023년, 오바마 부부는 사이버 공격으로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전력을 잃고 추락하는 영화 'Leave the World Behind'를 제작했습니다."

"몇 달 후,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동력을 잃고 볼티모어의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에 충돌하여 치명적인 붕괴를 일으킵니다."

이는 전에도 극우적인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전력이 있는 인플루언서 맷 월리스(Matt Wallace)가 하루 전인 27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에 공유한 내용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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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4월 9일 캡처.

몇 시간 후 월리스는 엑스에 또 다른 게시글을 올리면서 "버락 오바마가 배후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영상은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에도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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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윌리스 엑스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3월 27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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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윌리스 엑스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3월 27일 캡처.

볼티모어 교량 붕괴 사고 배후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있다는 음모론적 주장엑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소셜미디어상에서 삽시간에 퍼졌고, 국내에서도 네이버 블로그 여기, 여기네이버 밴드 등에 공유됐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재난 영화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에는 White Lion이라는 이름의 대형 선박이 인파가 붐비는 해변에 돌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호화 휴가를 떠난 한 가족이 사이버 공격을 받고 이후 불길한 일이 전개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지난해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지난 2018년 영상콘텐츠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Higher Ground Productions)'을 설립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부부가 총괄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했으며 줄리아 로버츠, 마허샬라 알리, 에단 호크가 주연을 맡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오바마 부부의 창작물은 아니다.

2020년 출간된 루만 알람(Rumaan Alam)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내용이며 총괄 프로듀서는 오바마 부부뿐만 아니라 원작 소설 작가를 포함해 모두 여섯 명이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샘 에스마일 (Sam Esmail) 감독은 연예 정보 웹사이트 Collider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부부는 촬영에 들어가기 한두 달 전에 합류했고 각본은 이미 완성돼 있었다"라고 밝혔다 (아카이브 링크).

또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 영화를 통해 사고를 예고했다는 주장은 "너무나 잘못됐다"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대본을 주의 깊게 보기는 했지만 원작을 충실하게 그려내는 것에 중점을 뒀고 "스토리의 큰 뼈대와 흐름은 이미 정해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원작 소설은 오바마 전 대통령  추천 도서에 꼽히기도 했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월리스가 엑스에 공유한 사진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 남성의 도움을 받아 배에 승선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담겼는데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이 배 역시 볼티모어 사고 선박과는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당 사진은 2023년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방문한 미국 민주당원들이 보트투어를 할 때 촬영된 것으로 해당 보트 운항사가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사고 원인

미 관계 당국자들은 초기 조사에서 사고 선박이 출항한 뒤 전력 공급에 이상이 생겨 동력과 추진력을 잃은 것으로 진단했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가 확보해 조사 중인 사고 선박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 몇 분 전 선박 불이 깜박거리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전이 두 번 반복되는 동안 선박은 정상항로를 점점 벗어나 교량에 충돌하고 약 20초 만에 다리가 무너져 내린다. 

테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조사 당국은 테러의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3월 28일 기준 선박의 동력 상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고 당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은 이것이 끔찍한 사고였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현시점에서는 의도적인 행동이 있었는지를 믿을만한 이유나 징후가 없다"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충돌 직전 '달리'호가 조난 신호를 보내 예인선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 덕분에 경찰이 교량 양쪽에서 차량을 통제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선장은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 방향타를 왼쪽으로 세게 돌리고 닻을 내리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해양항만청 역시 사고 선박이 충돌 직전 추친력을 상실했다는 보고를 달리호 운항사인 시너지 마린 그룹(Synergy Marine Group)으로부터 받았다며 "그 결과 선박이 방향을 유지하지 못하고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와 충돌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사고 선박은 작년 6월과 9월 외국 항구에서 선박 검사를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교량의 지지 구조물이 대형 선박의 충격 하중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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