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풍자 작가가 AI로 만든 클린스만 인터뷰 인용한 오보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해임된 후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감독 재임 중에 한국에 머물지 않고 재택근무를 주로 한 것은 '평양행 항공편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이 여러 국내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됐고, 이들 기사가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내용은 독일 일간지 유머·풍자 코너에 게재된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풍자 작가는 AFP에 문제가 된 클린스만 전 감독의 인용문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주장은 "대체 무슨 말이지? 클린스만, 고향 독일에서 재택 근무 이유 밝혔는데... LA에서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가 거의 없어서"라는 제목이 달린 온라인 매체 마이데일리의 2월 21일 자 기사에 인용됐다.

다음은 해당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독일 매체 'taz'는 20일(이하 한국시각) 위르겐 클린스만과 인터뷰를 전했다."

"재택근무 논란에 대한 질문에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taz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다른 이유를 묻자 그는 '내가 가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로스앤젤레스에서 평양으로 가는 항공편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한반도는 두 나라로 나뉘어 있는데 당신은 한국 코치였지 않냐고 반문하자 클린스만이 "독일인으로서 분단 국가에 익숙"하다는 동문서답을 이어갔다고도 전했다.   

이 기사는 우리나라가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탈락한 데 이어 지난 2월 16일 대한축구협회가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형태 등의 이유로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후 게재됐다.

거의 900여 명이 이 기사에 '화나요' 이모티콘을 눌렀고, 일부는 '후속보도를 원한다'라는 반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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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내용이 포함된 마이데일리 2월 21일 자 기사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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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내용이 포함된 세계일보 2월 21일 자 기사 스크린샷

같은 날 세계일보, 위키트리, 머니투데이 등 다른 매체들도 Taz를 인용해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 이후 독일 매체와 인터뷰에서 궤변을 늘어놓았다는 유사한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중 일부 기사는 삭제됐으나 이 기사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 여기, 여기, 여기, 여기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 뽐뿌, 클리앙 등에 공유됐다.

그러나 이들 기사에 실린 클린스만 전 감독 인용문은 독일 일간지 '풍자' 면에 게재된 가짜 인터뷰에서 가져온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

AI로 생성한 가짜 인터뷰

독일 일간지 Taz는 클린스만 전 감독 해임 며칠 후인 2월 20일 문제의 인터뷰 기사를 유머·풍자 코너에 게재했다 (아카이브 링크).

"Never again Pyongyang"이라는 헤드라인이 붙은 이 기사 상단에는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 후 첫 언론 인터뷰라는 설명이 달렸다. 

이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은 사실과는 달리 "최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묘사됐다.

기사 왼편에는 독일어로 "Die Wahrheit는 전세계 일간지 중 유일한 유머·풍자 코너"라는 설명이 나와있는데, Die Wahrheit는 독일어로 '진실'을 뜻한다.

Taz의 풍자 코너 에디터 마이클 링글(Michael Ringel)은 2월 22일 AFP에 문제의 기사는 유머·풍자 면에 게재됐다며 해당 코너에 대한 소개를 볼 수 있는 웹사이트 주소를 전달했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해당 기사를 쓴 풍자 작가 코넬리우스 오틀(Cornelius Oettle)은 AFP에 해당 기사를 쓰기 위해 클린스만 전 감독을 인터뷰하고 싶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라며 기사에 나온 인터뷰 내용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생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은 유명인의 입장을 대신해 대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라며 클린스만 전 감독과 "전화 연결은 안 됐지만 마음은 연결돼 있었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별도의 검색을 통해서도 문제가 된 가짜 인터뷰에 언급된 클린스만 전 감독의 발언 내용과 유사한 실제 발언은 찾을 수 없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해임을 앞두고 2월 16일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모든 선수와 코치진, 한국 축구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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