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텀블러 파손되지 않는 한 소비자가 납에 노출될 일 없어'

미국의 텀블러 브랜드 '스탠리' 제품에 음료를 담아 마시면 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가정용 납 검사 키트로 테스트한 결과 해당 텀블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내용도 함께 공유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오도하는 주장이다. 스탠리사와 전문가들은 제품 제조 시 납이 사용되기는 하나 납이 들어간 부분이 스테인리스 스틸로 완전히 밀폐돼 있어 소비자가 납에 직접 노출될 일은 없다고 말했다. 미 식품의약청은 AFP에 지금까지 해당 제품과 관련된 납 오염 사례가 신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주장은 1월 30일 "스탠리 텀블러? 납 검출됐대요"라는 문구와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 이스트사이드에 공유됐다.

다음은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사진 면봉이 납 검출 키트 면봉이라는데 다른 두 개는 계속 노란색인데 스탠리만 검정색으로 변함. 이 글 쓴 사람 말이 다른 텀블러는 다 괜찮은데 자기가 갖고 있는 스탠리는 다 납 나왔대."

"스탠리 쪽은 제조공정상 문제고 입이나 음료 닿는 부분은 안전하다고 함 앞으로 고치겠다네."

"기사에 나온 미국서 납 검출로 회수된 텀블러, 혹시 톨들 중 가지고 있다면 얼른 버려."

이 주장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에 힘입어 미국에서 몇 년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텀블러 브랜드 스탠리가 국내에서도 판매가 급증하는 가운데 온라인상에 널리 유포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이 게시글에는 영문으로 작성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이 공유됐는데, 해당 글 작성자는 본인이 납 검사 키트를 구입해 여러 브랜드 텀블러 제품을 직접 테스트한 결과 스탠리 텀블러에서만 납이 검출됐다고 주장하며 테스트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면봉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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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이스트사이드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2월 19일 캡처.

납은 낮은 농도에서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독성이 강한 물질로 몸속에 흡수될 경우 배출되는 데 1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카이브 링크).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납은 페인트, 배관, 합금, 염료의 색소 등 "다양한 생활환경 중에 존재"하며 음식물 섭취, 분진, 공기 등을 통해 납에 노출될 수 있다.

납 중독의 초기 증상으로는 복통, 두통, 빈혈, 근육통 등이 있고 심각할 경우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유사한 주장과 사진들이 인스타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 Missy USA, 디미토리, 율도, 더쿠 등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스탠리 텀블러가 납 중독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다.

납 접촉 가능성 없음

문제의 주장과 관련해 스탠리 측에 확인을 요청하자 스탠리 대변인은 2월 2일 AFP에 당사 웹사이트에 게재된 해명글을 봐달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글에서 스탠리는 "제조 과정에서 제품 바닥에 자리한 진공 단열재를 밀폐하기 위해 업계 표준 입자를 사용하고 있고, 그 밀폐 재료에 납이 일부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밀봉되면 이 부분은 내구성 강한 스테인리스 스틸 층으로 덮여 있어 소비자와 닿지 못한다"라며 "소비자가 접촉하는 스탠리 제품의 표면이나 내용물에는 납이 존재하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스탠리 외 다른 브랜드 텀블러들도 일부 동일한 제조공정을 거친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마티 코헨(Marty Cohen) 환경직업보건학 교수는 스탠리 측의 설명에 동의하며 "컵이 손상되지 않는 한 (납에) 노출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월 2일 AFP와 인터뷰에서 "납은 대부분 피부를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라면서도 텀블러 바닥 부분의 디스크가 제거됐을 경우에는 노출 가능성이 있고, 노출 수준은 접촉 시간, 입자의 납 함유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납 검출 테스트 결과 '음성'

AFP는 소셜미디어상에 공유된 사진에 등장하는 가정용 납 검사 키트와 유사한 제품을 구입해 두 종류의 스탠리 텀블러를 직접 테스트해 봤다 (아카이브 링크).

납과 접촉하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용액이 묻은 면봉을 사용설명서에 따라 내·외부 표면과 바닥에 문질렀을 때, 두 제품 모두 면봉이 노란색을 유지했고 납은 검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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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는 2024년 2월 5일 미국 워싱턴에서 가정용 납 검사 키트로 스탠리 텀블러 제품 두 개를 직접 테스트했다 (AFP / Manon JAC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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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는 2024년 2월 5일 미국 워싱턴에서 가정용 납 검사 키트로 스탠리 텀블러 제품 두 개를 직접 테스트했다 (AFP / Manon JACOB)

그러나 해당 가정용 납 검사 키트 제조사는 사용설명서에 이 테스트가 "전문적인 검사를 대체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제품회수 조치 없음

문제가 된 스탠리 텀블러는 2월 6일 기준으로 미국 규제당국의 제품회수 명령을 받은 바 없다.

미 식품의약청 관계자는 2월 2일 AFP에 "당청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이 컵 관련 납 중독 신고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다만 "일반적인 예방 조치로 깨지거나 파손된 컵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의 패티 데이비스(Patty Davis) 언론비서관은 1월 30일 AFP에 "기관 규정상 특정 기업이나 제품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다"라고 밝히며 제품의 회수조치 여부는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해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아카이브 링크).

미국에서는 연방법에 따라 어린이용 제품의 납 함유량이 엄격히 규제된다 (아카이브 링크).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납 함유량 기준치를 초과한 어린이용 텀블러 제품에 대해 여러 차례 회수명령을 내린 적 있는데, 스탠리 텀블러의 경우 이런 조치를 받은 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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