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사진... 2017년 공유된 단체사진에 인공기, 김일성 초상 합성한 것

사진 한 장이 인공기와 김일성 초상화가 걸린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체육·방송계 유명인사들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조작된 것으로, 2017년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단체 사진에 인공기와 김일성 초상을 합성한 것이다. 

문제의 사진은 2024년 2월 3일 "차범근 가라 북으로"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 공유된 사진에는 차 전 감독과 아들 차두리 대표팀 코치, 방송인 김어준 씨와 주진우 기자를 포함한 여러 방송 및 체육계 유명인사들이 인공기와 김일성 초상화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 속 차 전 감독 부자의 얼굴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모델로 등장하는 타임지 표지 등이 붉은색으로 표시됐으며, 사진 하단에는 "차범근집응접실 벽좀보소 헐"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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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2월 5일 캡처.

게시글 우측 상단에는 차 전 감독이 2018년 6월 문 전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 우측 하단에는 차두리 코치 사진이 등장한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동일한 사진과 유사한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이 주장은 차 전 감독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비리 의혹' 항소심 재판부에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아카이브 링크).

차 전 감독은 조 전 장관과 개인적인 인연이 없으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아 본인의 자녀들까지 비난받았던 경험에 탄원서를 냈다고 전해졌다. 

게시글에 남겨진 댓글을 통해 여러 사용자들이 사진 속 인공기와 김일성 초상화 등이 실제 차 전 감독 저택에 걸려있었던 것으로 받아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차 전 감독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했으며 2019년에는 북한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재일 조선학교 등을 방문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하지만 이 사진은 조작된 것이다. 

조작된 사진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동일한 사진이 1월 31일 차 전 감독이 제출한 탄원서 관련 매일경제, 한국경제, 세계일보 보도 등에 실린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보도에 게시된 사진에는 인공기와 김일성 초상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같은 날 게재된 조선일보 보도에는 해당 사진의 원본이 사진 속 좌측 상단에 등장하는 배성재 아나운서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차 감독님 주최 고기파티"라는 설명과 처음 게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카이브 링크).

별도의 검색을 통해 원본 사진이 배 아나운서의 인스타그램 계정과 함께 삭제됐음을 확인했으나, 배 아나운서가 사진을 게시한 같은 날인 2017년 10월 25일 다른 인스타그램 사용자에 의해 재공유됐음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원본 사진 속 배경에는 인공기와 김일성 초상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음은 페이스북에 공유된 조작된 사진(좌)과 2017년 10월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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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공유된 조작된 사진(좌)과 2017년 10월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원본 사진(우) 비교

조작된 사진 속 김일성 초상화는 해외 친북 단체들이 운영하는 블로그, 웹사이트 등에 흔히 등장하는 문장으로, 북한이 높은 공로를 새운 인물에게 수여하는 김일성훈장에도 유사한 그림이 새겨져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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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사진 속 인공기 및 김일성 초상화 부분 확대한 이미지(좌)와 친북 단체 웹사이트에 게시된 김일성 초상화(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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