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러시아·소련 자산 회복에 관한 대통령령... 알래스카 언급 없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67년 러시아 제국이 알래스카를 미국에 매각한 것을 불법으로 적시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24년 1월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명령에는 전 세계에 있는 옛 러시아·소련 자산을 찾아내 관련 권리를 등록하고 법적 보호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알래스카에 대한 언급은 없다.

문제의 주장은 1월 23일 "최신 뉴스: 푸틴, 알래스카의 미국 판매를 불법으로 만드는 법령에 서명...!"이라는 글귀와 함께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됐다.

아래는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19세기 알래스카 매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이를 '불법'이라고 부르며 미국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연방 대통령의 명령"

"러시아 연방 예산법 제785조 2항 1호에 따라 러시아 연방 대통령 행정부 산하의 연국 국가 단일 기업 '해외 재산 관리 회사'를 보조금의 수혜자로 지정합니다. 이는 러시아 연방, 구 러시아 제국, 구 소련의 부동산 검색과 관련된 비용의 재정적 지원을 위한 연방 예산, 기존 연방 부동산 및 발견된 부동산과 관련된 러시아 연방, 구 러시아 제국, 구 소련의 권리에 대한 적절한 등록과 이 재산의 법적 보호에 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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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2월 2일 캡처.

유사한 주장이 엑스 여기, 여기, 네이버 카페 여기, 여기, 디시 인사이드 등에도 공유됐고, 비슷한 시기에 나이지리아, 스페인, 태국 등 해외에서도 널리 유포됐다. 

알래스카는 한때 제정 러시아의 영토였으나 크림 전쟁 패전 이후 재정난을 겪자 러시아는 1867년 10월 18일 미국과 협정을 맺고 면적 154만 제곱킬로미터 상당의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금광, 유전 등이 잇달아 발견되며 미국은 상당한 이익을 얻었고 알래스카는 1959년 미국의 49번째 주로 편입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는데,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뱌체슬라프 볼로딘(Vyacheslav Volodin) 러시아 하원의장은 이에 반발하며 "그들이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점유하려 하는데 러시아도 회수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며 알래스카 영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그러나 최근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 매각을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옛 러시아·소련 자산 회복에 관한 대통령령

러시아 관영매체 TASS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1월 18일 대통령 직속 부동산 관리 부서가 "러시아, 옛 러시아 제국, 구 소련 소유의 부동산을 찾아내 관련 권리를 등록하고, 법적 보호 조치를 취하는 데" 드는 예산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한때 러시아 제국은 오늘날 폴란드,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영토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을 점령하고 있었다. 

그러나 1917년 3월 혁명으로 러시아 제국이 무너진 후 1922년 현재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즉 소련이 탄생했다.

전성기 때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그루지야 등 15개 공화국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의 국가였던 소련은 1991년 해체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2022년 2월 푸틴 대통령은 "소련 건국 시기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 살고 있는 구 소련 시민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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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명령에 알래스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일부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를 되찾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카이브 링크). 

이에 대해 미 국무부 베단트 파텔(Vedant Patel) 부대변인은 1월 22일 언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를 돌려받을 일은 확실히 없다"라고 일축했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미 전쟁연구소(The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는 러시아가 이번 대통령령을 구실로 주변국들에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이 연구소는 1월 19일 "크렘린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러시아 국경 밖의 나라들에 있는 자산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고 '보호'하는 것은 소프트파워 메커니즘을 활용해 궁극적으로 포스트-소련 및 그 주변국들에 내부 불안정을 야기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아카이브 링크).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시민들이 전화로 참여하는 '국민과의 대화' 방송에서 알래스카 탈환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농담조로 알래스카는 "너무 춥다"라고 답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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