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시위, 인도네시아 집회 촬영한 사진에 기반한 허위 주장

한 영상과 여러 장의 사진이 중국에서 일어난 반한(反韓) 시위를 촬영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영상은 2012년 동중국해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 분쟁으로 촉발됐던 반일 시위를 AFP가 촬영한 것이다. 게시글에 공유된 불타는 태극기 사진은 중 하나는 조작된 것으로, 원본 사진은 2012년 반일 시위 당시 중국 우한 시위대가 불태운 일장기의 모습을 담고 있다. 마지막 사진은 실제 반한 시위를 촬영한 것이 맞지만, 해당 시위는 2013년 중국이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했다. 

문제의 주장은 2024년 1월 11일 "중국 반한 시위. 떼놈들은 상종할 놈들이 아니다. 중국인 당장 모두 추방해라"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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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1월 12일 캡처.

동일한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1월 11일 기준, 중국에서 대규모 반한 시위가 일어났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신뢰할 수 있는 보도나 발표 등은 찾을 수 없었다.

해당 영상 및 사진들은 모두 중국에서 일어난 반한 시위와는 무관하다. 

2012년 반일 시위

페이스북에 공유된 영상은 2012년 9월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발생한 반일 시위 당시 AFP가 촬영한 영상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를 국유화한 데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중국 여러 대도시 중심으로 발생했다 (아카이브 링크).

다음은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영상(좌)과 원본 AFP 영상(우) 속 일치하는 장면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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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영상(좌)과 원본 AFP 영상(우) 속 일치하는 장면 비교

영상에는 "댜오위다오 열도 보호", "댜오위다오에서 철수하라, 일본 제품 거부한다" 등 중국어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일장기 위에 검은 X자가 새겨진 옷을 입은 사람이 등장한다. 

당시 정저우에서 일어난 시위를 촬영한 사진은 해외 언론 보도 여기여기에도 실렸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조작된 일장기 사진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불타는 태극기 모습이 담긴 사진은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2012년 9월 17일 자 보도에 실린 사진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로이터 통신이 촬영한 이 사진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불탄 일장기를 사진 촬영하며 웃고 있는 시위대의 모습"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음은 조작된 사진(좌)과 데일리 텔레그래프 보도에 실린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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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사진(좌)과 데일리 텔레그래프 보도에 실린 원본 사진(우) 비교

페이스북에 공유된 사진에는 일장기의 붉은색 태양 문양의 일부를 파란색으로 덧칠해 태극 문양으로 보이게끔 조작됐으며 태극기 사방 모서리의 사괘 역시 등장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AFP도 우한시에서 불타는 일장기 모습이 담긴 유사한 사진을 촬영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인도네시아 시위

잘못된 주장과 공유된 세 번째 사진은 실제 반한 시위를 촬영한 것이 맞지만 중국과는 무관하다.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해당 사진은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 비딕 반텐(Bidik Banten)의 2013년 12월 20일 자 보도에 실린 사진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보도에 따르면 사진 속 시위는 당시 한국 기업 포스코가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반텐주에 설립한 제철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사진은 회사 측이 공장 인근 모스크 출입을 통제하자 분노한 시위대가 태극기를 불태우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비딕 반텐은 당시 시위대가 현지인 고용 증진과 문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인과 현지인 사원을 분리시켜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아카이브 링크). 

다음은 잘못된 주장과 공유된 세 번째 사진(좌)과 비딕 반텐 보도에 실린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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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공유된 세 번째 사진(좌)과 비딕 반텐 보도에 실린 사진(우) 비교

해당 제철소 시위 관련 소식은 다른 인도네시아 현지 보도에도 실렸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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