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음악계 인종차별 관련 기자회견 장면에 기반한 허위 주장

사진 한 장이 임진왜란과 일제의 위안부 강제동원 등을 부정하며 역사 교과서는 거짓이라고 발언하는 미국 가수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장면은 2002년 기자회견에서 흑인 예술가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거론하며 미국 대중음악계를 비판하는 잭슨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잭슨이 이 날 내놓은 실제 발언은 한국과 무관한 내용이다.

문제의 사진은 2023년 10월 13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마이크 앞에서 발언하는 것으로 보이는 잭슨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임진왜란은 일본이 쳐들어 왔다고? 일본정부가 조선여성 마구잡이 강제연행해서 위안부 강요했다고? 모두 거짓!! 역사 교과서는 진실이 아닙니다. 거짓이에요! 마이클 잭슨"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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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11월 14일 캡처.

동일한 주장이 여기, 여기, 여기 등 라엘교, 혹은 라엘리안 무브먼트(Raelian movement)라는 신흥 종교 단체와 관련된 페이스북 계정에도 공유됐다.

라엘(Rael)로 알려진 이 종교의 창시자 클로드 보릴롱(Claude Vorilhon)은  2만 5천 년 전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인류를 비롯한 생명체를 창조했다고 주장하는데, 마이클 잭슨이 2009년 사망한 뒤 그가 우주 어딘가에 위치한 "영생 행성"이라는 곳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카이브 링크).

그러나 이 사진은 2002년 한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중음악계의 인종차별 문제를 거론한 잭슨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이 날 그가 한 발언은 한국과 무관하다.

실제 발언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이 2019년 3월 12일 유튜브에 게시된 영상 속 한 장면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영상 설명에 따르면 이 영상은 2002년 7월 9일 흑인 인권운동가 앨 샤프턴 목사가 운영하는 단체 내셔널액션네트워크(National Action Network)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잭슨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영상의 2분 30초 부분에는 잭슨이 "그들은 우리 역사책을 조작한다"라며 "역사책은 사실이 아니고, 모두 거짓이다"라고 반복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전후 맥락을 통해 이 발언은 백인들이 쓴 미국 음악사에서 흑인 예술가들이 배제됐다는 내용임을 알 수 있었다.

영상 어디에서도 한국이나 한국사와 관련된 발언은 찾을 수 없었다.

다음은 잘못된 주장과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된 사진(좌)과 2019년 유튜브 영상 속 일치하는 장면(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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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된 사진(좌)과 2019년 유튜브 영상 속 일치하는 장면(우) 비교

동일한 영상이 2002년에 촬영된 영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2019년 6월 21일 샤프턴 목사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공유되기도 했다 (아카이브 링크).

MTV, NME 등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잭슨은 해당 발언이 촬영되기 전날인 7월 8일 동일한 현장에서 당시 미국 대형 음반사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가 흑인 아티스트들을 차별했다는 주장을 내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잭슨의 7월 8일 인종차별 관련 발언들은 당시 워싱턴포스트, ABC, 롤링스톤 등 여러 미국 언론에 의해서도 보도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잭슨은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한국 문화나 통일 문제 등에 관해 발언한 적 있으나 별도의 검색을 통해서도 그가 임진왜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보도나 발표 등은 찾을 수 없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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