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잘못 인용한 허위 주장... 전문가 '인공 자궁 기술 아직 부재'

중국에서 인공 자궁이 성공적으로 개발됐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일부 게시글은 이 인공 자궁으로 아기 출산까지 성공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이 주장은 중국 연구진이 학술지에 발표한 출판 전 논문을 잘못 인용한 것으로, 해당 논문 필진은 연구팀이 개발한 기기는 인공 자궁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인간 아기를 위한 인공 자궁 개발은 아직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8월 7일 "중국 인공자궁 완성"이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 공유된 영상에는 인큐베이터처럼 생긴 투명한 장비 안에 누워있는 아이들, 파란 불빛 아래에 안대를 쓰고 누워있는 신생아, 인간 배아 등의 모습이 담겼는데 일부 장면의 출처는 하셈 알가알리(Hashem Al-Ghaili)로 기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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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9월 18일 캡처.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페이스북에 공유된 영상이 필리핀 뉴스 채널 Manila STV의 1여 년 전 보도에 사용된 영상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당 Manila STV 보도에 따르면 이 장비는 중국 과학자들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했으며, 인공 자궁 내에서 성장 중인 인간 배아를 관찰하고 보살피는 기능을 수행한다.

앵커는 중국 쑤저우생명공학기술원 연구진이 '생의학 공학 저널'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눈문을 인용하면서 이 장비는 실제 여성의 자궁보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태아를 길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 장비에 대해 먼저 보도했다고 덧붙인다.

이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정정보도를 통해 "쑤저우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여성이 태아를 체외로 옮겨야 할 필요성을 없앨 수도 있다고 잘못 보도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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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가 포함된 Manila STV 2022년 2월 4일자 보도 유튜브 영상 스크린샷.

 

유사한 주장과 이미지가 페이스북디시인사이드에도 공유됐다.

다음카페 이용자는 "중국에서 개발한 인공 수정, 인공 생산, 인간 찍는 기계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과학 영상 제작자 하셈 알가알리의 페이스북 영상을 짧게 편집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공유했다 (아카이브 링크).

MLB PARK에 공유된 한 게시물에는 "조만간 중국에서 인공 자궁으로 아기 낳을 거라네요. 우월한 유전자만 편집해서 맞춤형 아기 탄생..."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들은 사실이 아니다.

세포 배양을 위한 장비

구글 키워드 검색을 통해 Manila STV 보도에서 인용된 논문이 생의학 공학 저널에 2021년 12월 게시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배아 장기 배양을 위한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 디자인 및 실험"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연구진이 개발한 배아 배양 및 발달 과정 관찰 도구를 다룬다.

이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쑨 하이쉬안 박사는 AFP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연구가 선천성 기형 등 유전 질환에 대한 과학자들의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할 가능성은 있으나 논문 자체가 이 주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쑨 박사는 일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과 언론이 논문을 "매우 잘못 해석했다"라며, 그의 연구에서는 인간 배아가 아닌 쥐 배아가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이 장비는 인간 자궁의 일부 기능만을 모방할 뿐"이며 "이 장치로는 태반을 발달시킬 수 없어 태아를 실제로 자라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부연했다.

쑨 박사는 논문 필진이 개발한 장비는 온라인상에 퍼진 투명한 팟(pod) 형태의 인공 자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라며 "우리 장비는 세포 배양을 위한 것인 반면 후자는 태아를 발육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쑨 박사가 AFP에 제공한 연구진이 개발 장비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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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공동저자 쑨 하이쉬안(Sun Haixuan) 박사가 AFP에 제공한 장비 그림 ( Suzhou Institute of Biomedical Engineering and Technology (SIBET) Engineering Research Centre)

해당 논문에 관여하지 않은 과학자들은 온라인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퍼진 영상에 등장하는 인공 자궁 기술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틴 청(Martin Cheung) 홍콩대학교 생명의학과 교수는 10월 5일 AFP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험실에서 성공적으로 생성된 인공 자궁 사례는 아직 없다"라며 이러한 기술은 현재로서는 "구상에 불과하고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영당은 우리가 미래에 기대하는 발전 상을 표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는 실현될 수도 있겠으나 그 과정에서 여러 윤리적 이슈가 따를 것으로 본다"라고 부연했다.

올 초 한 이스라엘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간 배아 모델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해당 부문 연구에 대한 더욱 엄격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논문과 무관한 이미지

잘못된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 공유된 영상과 사진들은 해당 논문에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구글 역 이미지 및 키워드 검색을 통해 페이스북 영상 초반에 나오는 '인공 자궁 시설' 장면이 2020년 1월 12일 알가알리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영상의 일부 장면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다음은 잘못된 주장과 공유된 영상(좌)과 알가알리가 게시한 영상(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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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공유된 영상(좌)과 하셈 알가알리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영상(우) 비교

알가알리는 본인 웹사이트에 "과학 기반의 혁신적인 개념을 활용해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영상 작업을 소개했다 (아카이브 링크).

과거에도 알가알리가 제작한 인공 자궁 영상과 관련된 잘못된 주장이 온라인상에 공유된 적이 있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알가알리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문제 영상에 등장하는 인공 자궁 시설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푸른 불빛 아래에 누워있는 아기 사진은 사진 전문 통신사 게티 이미지의 사진을 편집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게티 이미지의 사진 설명에 따르면, 이 사진은 2006년 5월 17일 중국 시닝 어린이 병원에서 황달에 걸린 아기가 광선치료를 받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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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영상(좌)과 게티 이미지 원본 사진(우) 비교

별도 검색을 통해 인간 배아 세포로 보이는 영상의 마지막 장면은 알가알리가 2020년 2월 20일 유튜브에 게시한 "피부 세포로 맞춤 아기 만드는 법"이라는 영상의 일부 장면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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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영상(좌)과 2020년 2월 20일 하셈 알가알리가 유튜브에 게시한 영상(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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