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서거 현장 재연 사진에 기반한 허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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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3/09/04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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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M Kyu-Seok, AFP 한국
사진 한 장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신을 메고 하산하는 경호원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사진 속 경호원이 시신을 업은 자세와 이를 지켜보는 여러 인물의 모습이 노 전 대통령의 타살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주장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노 전 대통령의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이었던 경찰이 현장 상황을 재연하는 과정 당시 촬영된 것으로, 사진 속 업힌 인물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8월 12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다음은 해당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사람을 많이 모아서 죽였나? 노무현의 주검을 들쳐 매고 가는 사진이다. 골절상 입은 사람을 이렇게 들쳐 매는게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나? 이미죽였다는 말이겠지."

"노무현의 자살을 나는 결코 믿지 않는다. 여운형 장준하를 죽였듯 미제의 지시에 의하여 타살된것이다."

"사진)노무현의 산속 구조작업 모습. 아무리 故人 일지라도 처참하기 짝이 없는 이송 모습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23일 퇴임 후 살던 경상남도 김해시 봉하마을의 사저 인근의 산에서 투신한 뒤 숨을 거뒀다.

당시 뇌물 수수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던 노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하기 전 저택에 남긴 유서에는 자신의 선택이 오래전부터 품어온 생각임을 강조하며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달라"고 당부하는 유언이 담겼다.

동일한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여기, 그리고 엑스(X·옛 트위터)에도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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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8월 28일 캡쳐.

당시에도 노 전 대통령 사망과 관련해 각종 음모론이 온라인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는데, 이 중 경찰 수사에 불신을 드러내며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아카이브 링크).

하지만 관련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원인이 자살이었음을 공표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문제의 사진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수일 뒤 실시된 경찰의 현장검증 과정 중에 촬영된 것으로, 사진 속 인물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다.

경찰 현장검증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이 2009년 6월 2일 자 연합뉴스 기사에 실린 사진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이날 실시된 경찰의 현장검증을 보도한 해당 기사에는 서거 당일 노 전 대통령의 행적을 재연 중인 경찰관들을 촬영한 사진 7장이 실렸는데, 사진을 통해 노 전 대통령 대역을 맡은 인물은 경찰 관계자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중 다섯 번째 사진이 페이스북에 공유된 사진과 일치하는데, 사진에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2일 오전 경남 김해 봉화산 부엉이바위 아래에서 당시 현장상황을 재연하는 현장검증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의식을 잃은 채 피를 흘리는 노 전 대통령을 들쳐 엎고 긴급히 아래를 내려가는 모습"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음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좌)과 연합뉴스가 촬영 및 게시한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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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좌)과 연합뉴스가 촬영 및 게시한 원본 사진(우) 비교

동일한 사진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문판 보도에도 실렸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연합뉴스 사진 아카이브에도 같은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 사진에도 해당 장면은 경찰의 재연임을 나타내는 설명이 붙었다 (아카이브 링크).

연합뉴스 보도에 실린 사진과 설명을 통해 현장검증을 참관한 사람들 역시 경찰 관계자 및 노 전 대통령의 측근임을 알 수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은 보도에 실린 마지막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모든 사진에 등장하는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인물은 서거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경호원으로, 노 전 대통령의 사망 경위 관련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현장검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실시된 현장검증 과정은 KBS, MBC 등 여러 국내 방송사의 영상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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