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님... 영상에 삽입된 자막 기시다 총리의 실제 연설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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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3/05/25 03:50
  • 4 분 읽기
  • SHIM Kyu-Seok, AFP 한국
유튜브에 게시된 한 영상이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을 인정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연설을 담은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는 한국어 자막은 인용된 원본 영상 속 기시다 총리가 한 실제 발언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으로, 원본 영상에는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이사국 선거 출마를 홍보하는 기시다 총리의 연설이 담겼다.

문제의 영상은 "일본, 드디어, 독도 한국영토 인정!!!"이라는 제목과 함께 2023년 3월 18일 유튜브에 공유됐다.

44만 이상의 조회를 기록한 약 2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지난 3월 16일 도쿄에서 개최된 한일정상회담 장면들이 인용됐다. 영상 초반에는 회담에서 "무역 및 외교 정상화 과정 중 독도 문제도 언급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엄포를 놓자 기시다 총리가 독도를 한국땅임을 인정했다"라는 주장이 등장한다.

이어 기시다 총리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연설하는 모습이 영상에 등장하는데, 이 부분에 기시다 총리의 음성은 들리지 않지만, 영상 하단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독도가 한국 땅인 것에 대해 더 이상 반론하지 않겠습니다 (…) 한국과의 국교를 위한 대의를 위해서라면 이제는 진실이 필요한 때임을 직면했습니다"라는 내용의 자막과 한국어 나레이션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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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유튜브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5월 22일 캡쳐.

동일한 영상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앞서 일본 공영방송 NHK는 3월 16일 한일정상회의 중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도 문제를 언급했다고 전했는데, 대통령실은 "그런 적 없었다"라며 부인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기시다 총리 원본 영상

하지만 이 유튜브 영상에 인용된 원본 영상은 2021년 12월 14일 당시 일본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출마를 홍보하기 위해 기시다 총리가 발표한 연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독도와는 무관하다 (아카이브 링크).

일본 외무성이 게시한 원본 영상에는 기시다 총리가 유엔에 대한 일본의 재정적 기여 등을 언급하며 일본이 타 회원국과 협력하여 코로나19와 기후변화와 같은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이어 나가는데, 영상 그 어디에서도 한국이나 독도와 관련된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음은 잘못된 내용의 자막과 나레이션이 삽입된 유튜브 영상(좌)과 일본 외무성이 게시한 원본 영상(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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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내용의 자막이 붙은 유튜브 영상(좌)과 일본 외무성이 게시한 원본 영상(우) 비교

동일한 영상이 일본 외무성의 공식 웹사이트에도 공개됐다 (아카이브 링크).

기타 영상

문제의 유튜브 영상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발언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등장하는데, 이 부분에 등장하는 한국어 자막 역시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시 주석의 실제 발언과 무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등장하는 영상은 2021년 10월 14일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유엔이 발표한 영상 메세지와 일치하는데, 원본 영상 속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식량위기에 관해 연설한다. (아카이브 링크).

다음은 잘못된 내용의 자막이 붙은 유튜브 영상(좌)과 유엔이 게시한 원본 영상(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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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내용의 자막이 붙은 유튜브 영상(좌)과 유엔이 게시한 원본 영상(우) 비교

허위 주장이 공유된 영상 속 시 주석이 등장하는 부분에는 "한국에는 많은 중국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다음 총선에 투표할 수도 있다"라는 내용의 자막이 달렸다.

하지만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해당 영상은 미국 매체 블룸버그가 2022년 8월 보도에 인용한 자료화면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 자료화면은 시 주석이 2016년 10월 중국 공산당 행사를 맞이해 발표한 연설을 담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다음은 잘못된 내용의 자막이 붙은 유튜브 영상(좌)과 블룸버그가 게시한 원본 영상(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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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내용의 자막이 붙은 유튜브 영상(좌)과 블룸버그가 게시한 원본 영상(우) 비교

독도 영유권 분쟁

한일 양국은 공식적으로 독도가 자국의 "고유한 영토"라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의 존재 여부 조차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국일본 외교 당국의 독도 관련 공식 웹사이트는 여기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영유권 분쟁에 관한 어느 한쪽의 입장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보도나 공식 발표 등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유튜브 영상에 공유된 주장에 관해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2023년 5월 22일 AFP와 통화에서 "기시다 총리 혹은 일본 정부가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을 인정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라며 "일본 정부는 일관적으로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주장해왔고, 이를 한국이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입장 변화가 없었다는 근거로 호사카 교수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3월 말 발표한 초등학교 검정교과서에도 독도가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는 일본 영토라는 기술이 등장하는데, 이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 내용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 문부과학성이 3월 28일 공개한 사회와 지도 검정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로 기술돼 있다는 사실은 일본국내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일본 외무성이 3월 16일 한일정상회담 이후 4월 11일에 발표한 외교청서에도 독도에 관한 영유권 주장이 등장했는데, 한국 외교부는 이에 대한 항의로 주한 일본 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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