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자 게시글에 기반한 허위 주장... 몬테네그로 검찰 '암호화폐 지갑 관해 아는 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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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월요일 2023/05/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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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IM Kyu-Seok, AFP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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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은 2023년 4월 21일 "미쳐버린 권도형 근황"이라는 제목의 바다 게시글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권 대표가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된 뒤 "신체 수색을 통해 [권 대표의] 몸속에서 트레저 스틱이 발견됐다"라고 주장하는 미국 커뮤니티 레딧 게시글의 스크린샷이 공유됐다 (아카이브 링크).
스크린샷 하단에는 엑스레이 촬영 사진으로 보이는 이미지 두 장이 공유됐는데, 사진에는 촬영 대상의 사타구니 부분에 작은 물건의 모양과 이를 표시하는 듯한 붉은색 원이 등장한다.
게시글 하단에는 "랄부에 코인지갑 임플란트 했다가 걸림. 뜯길예정"이라는 문구와 "증거를 알아서 갖고 다녀서 10000년 받을듯 미국가면"이라는 주장도 포함됐다.
트레저 지갑(Trezor wallet)은 같은 이름의 회사가 제작하는 암호화폐 하드웨어 지갑으로, 사용자의 개인 정보 및 암호화폐 비밀번호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장치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제품은 개인 정보를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 저장하는 것보다 유출 가능성이 적아 한층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권 대표는 지난해 5월 약 400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낳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불거지기 한 달 전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 등에 체류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도피 11개월 만에 유럽 몬테네그로의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체포된 바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 당국은권 대표를 형사처벌하기 위해 범죄인 인도를 각자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이브 링크).
동일한 이미지가 유사한 주장과 함께 보배드림, 루리웹, 포모스, 그리고 페이스북 등에도 공유됐다.
사건과 무관한 엑스레이 사진
하지만 해당 게시글에 공유된 사진들은 2013년 한 의학 학술지에 인용된 엑스레이 촬영 사진을 기반으로 조작된 것이다.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잘못된 주장이 공유된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등장하는 사진들과 일치하는 엑스레이 이미지가 연구자용 데이터베이스 리서치게이트(ResearchGate)에 게재된 한 의학 논문에 인용됐음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논문은 "DXA 스캔을 통해 측정한 남성의 복부, 허리, 엉덩이 지방 인종 별 차이(DXA estimates of fat in abdominal, trunk and hip regions varies by ethnicity in men)"라는 제목으로 Nutrition & Diabetes라는 미국 의학 학술지의 2013년 3월 호에 실렸다.
다음은 잘못된 주장이 공유된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등장하는 사진(좌)과 2013년 3월 학술지 논문에 인용된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원본 사진에는 "enCORE 소프트웨어를 통해 생성된 신체 영역 간 경계선을 나타낸 DXA 스캔 표본"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DXA 스캔은 이중 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ual-energy X-ray absorptiometry)을 사용하여 신체 조성을 측정하는 검사로, 골밀도, 몸의 지방 및 근육의 분포와 양 등을 확인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논문에 인용된 원본 사진에는 촬영 대상의 사타구니 부분에 아무런 물체가 등장하지 않으며, 이를 표시하기 위해 추가된 빨간 원 역시 찾을 수 없었다.
동일한 논문이 미국 국립 의학 도서관과 네이처 학술지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도 게재됐는데, 여기에도 동일한 원본 엑스레이 사진이 인용됐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와 여기).
몬테네그로 수사 당국
한편 권 대표의 위조 여권 사용 혐의 사건을 맡은 몬테네그로의 하리스 사보틱(Haris Sabotic) 검사는 2023년 5월 16일 AFP와 인터뷰를 통해 체포 당시 권 대표가 몸속에 암호화폐 지갑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에 관해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법원의 마야 코소비치(Maja Kosovic) 대변인 역시 암호화폐 지갑과 관련된 정보를 입수한 바 없으며, 재판부는 오직 권 대표의 공문서위조 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법무부는 AFP의 사실 확인 요청에 관해 권 대표 국내 송환 절차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풍자 트윗
권 대표의 신체 속에서 암호화폐 지갑이 발견됐다는 주장을 최초로 공유한 해외 소셜미디어 게시글들은 풍자를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 키워드 검색을 통해 바다 게시글에 인용된 미국 커뮤니티 웹사이트 레딧 게시글을 찾을 수 있었는데, 4월 19일 게재된 이 게시글에는 소식의 출처로 한 트윗이 인용됐음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별도의 검색을 통해 해당 주장의 출처로 지목된 이 트윗 역시 찾을 수 있었는데, "Grinding Poet"이라는 사용자가 3월 26일 게시한 이 트윗에는 "신체 수색 당시 테라 창시자 권도형 [몸] 속에 트레저 스틱 발견 ~로이터 통신"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아카이브 링크).
문제의 엑스레이 사진들은 "Street Traders"라는 다른 사용자가 이 트윗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크게 웃는다는 뜻의 "LOL"이라는 문구와 함께 게시됐다.
이 트윗들에 달린 답변과 같은 사용자들이 게시한 다른 트윗의 성격을 고려하면 권 대표와 관련된 게시글은 풍자를 목적으로 게시된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 통신 역시 권 대표의 검거와 관련된 보도를 다수 낸 바 있으며, 해당 보도는 여기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보도 그 어디에서도 권 대표가 체포 당시 암호화폐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내용은 언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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