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사실 아님... 응급처치 늦출 수 있는 위험한 행위'

한 영상이 환자의 팔꿈치 안쪽을 가격하는 방식으로 심장마비를 방지 및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방법이 과학적 근거가 없고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의 응급처치를 지연시킬 수 있는 행위라며 따라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3월 5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해외 온라인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럼블에 게시된 영상이 공유됐는데, 이 영상에는 여러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남성의 양쪽 팔꿈치를 반복적으로 때리는 모습과 얼마 후 쓰러진 남성이 회복한 듯 일어나 바로 앉는 모습이 등장한다.

다음은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비디오: 극장에서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의사와 보조원은 환자의 팔꿈치 안쪽을 때렸고 약 2분 후에 회복되었습니다.

"이 영상은 심장병 환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응급 상황에 대한 조언과 보통 갑자기 발생하는 심장마비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기억하세요: 1. 영상과 같이 왼손 팔꿈치 안쪽을 두드려 심장과 폐와 관련된 왼쪽 주변 3곳의 지압점을 자극한다. 2.뺨을 때리면 혈액 순환이 빨라져 몸이 따뜻해지고 땀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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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5월 8일 캡쳐.

동일한 영상이 유사한 주장과 함께 중국어 사용자들 사이 페이스북도우인,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등 국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공유됐다.

키워드 검색을 통해 영상 속 장면들이 인용된 2017년 8월 자 중국 현지 매체 보도를 찾을 수 있었는데, 보도에 따르면 이 영상은 중국 남부의 광시 좡족 자치구에 속한 난닝시의 한 영화관에서 촬영된 것으로, 한 젊은 남성이 발작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게시된 해당 영화관 내부의 사진이 영상 속 장소와 일치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위험한 정보

하지만 독일 베젤시의 마리엔 병원(Marien-Hospital Wesel)의 심장혈관 수석 전문의 크리스티엔 티펜바허(Christiane Tiefenbacher) 박사는 2023년 3월 21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 영상이 공유된 게시글에서 권장하는 행위는 "위험한" 방법으로, 따라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티펜바허 박사는 "영상과 함께 공유된 심장마비 의심 환자 응급처치 요령은 과학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환자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며 "심장마비가 의심되는 환자를 발견할 시 팔꿈치 안쪽을 때리는 방식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을 공유한 중국어 게시글 중 몇 개는 이 요법이 환자의 팔에 있는 경혈을 자극하여 혈액 순환을 도울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는데 (아카이브 링크), 티펜바허 박사는 이를 "잘못된 정보"라고 규정하며 "의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정보는 유일하게 옳은 방법인 응급 구조요청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심장마비 의심 환자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티펜바허 박사는 이어 팔꿈치 안쪽을 때리는 행위가 심장마비를 방지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티펜바허 박사는 "팔꿈치 안쪽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심장으로 향하는 혈액 순환을 개선하거나 심장 부위에 생긴 혈전을 녹일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의학적 근거는 없고, 이 방식으로는 팔 부위에서만 혈액 순환이 다소 증진되는 수준일 것"이라며 "이러한 요령은 오히려 매우 위험한 것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뇌 질환 분야 자선 의료단체인 홍콩뇌과기금회 역시 4월 26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영상 속에 등장하는 요령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행위라며, "팔꿈치을 때리는 식으로 발작을 치료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심장마비 의심 상황 시 대처요령

심장마비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 현상이 발생해 심장이 몸 전체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아카이브 링크).

최악의 경우 심장마비는 심장이 완전히 멈춰서 혈액이 전혀 공급되지 않는 상태인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가 2020년 발표한 전 세계 10대 주요 사망원인 중에서 심혈관 질환 혹은 관상동맥질환(Coronary Artery Disease)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카이브 링크).

심근경색 환자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병원에 이송돼야 하며, 병원에서는 심장 카테터(중심정맥관) 기술을 사용하여 혈관을 다시 개방할 수 있다. 또한 심실 섬유화와 같은 합병증에 대응하기 위해 제세동기가 사용되기도 한다.

독일 적십자, 독일 심장재단(Die Deutsche Herzstiftung) 및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보건 당국은 심근경색 의심 시 즉시 응급 기관에 구조를 요청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독일 심장재단에 따르면 환자가 의식이 있으면 상체를 높인 자세로 두고, 조이는 옷을 벗겨 환자의 혈액순환을 관찰해야 하며 심장마비로 인해 환자가 의식을 잃은 경우 즉각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 (아카이브 링크).

독일 심장재단의 웹사이트에도 팔의 안쪽을 때리는 식의 요령과 관련된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팔꿈치를 때릴 것을 권장하는 요령은 중국 전통의학에 근거한 주장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전통의학이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기도 하며 (아카이브 링크), 중국 전통의학은 중국 정부가 수년간 이어간 로비 작업을 통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하는 "질병 및 관련 건강 문제의 국제적 통계 분류(ICD)"에 포함되기도 했다 (아카이브 링크).

하지만 다수의 유럽 과학자들은 중국 전통의학의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며 WHO의 결정을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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