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사진 속 팻말,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 비판하는 내용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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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3/04/0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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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M Kyu-Seok, AFP 한국
사진 한 장이 2023년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조작된 것으로, 원본 사진 속 이 대표가 들고 있는 팻말에는 정부의 '주 최대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작된 사진 속 문구는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규탄하기 위해 열린 집회에 참여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사용한 문구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4월 3일 "찢재명 이딴거 들고 윤대통령을 모욕하는데 이 새끼는 언제 감옥갈라나"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사진에는 팻말을 들고 있는 이 대표의 모습이 담겼는데, 팻말에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풍자화와 "친일사대 매국행위 대통령 자격없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사진 상단에는 "악마같은놈이 어딜감히 자격 운운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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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사진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4월 4일 캡쳐.

해당 주장은 2023년 3월 17일 윤 대통령이 일본 도쿄를 방문해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부터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이 대표는 실제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부끄럽고 참담한 순간"이라는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동일한 사진과 유사한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여기, 그리고 네이버 밴드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조작된 것이다.

민주당 소셜미디어 캠페인

조작된 사진의 우측 하단에 새겨진 "Newsis" 로고를 통해 조작된 사진의 원본이 뉴시스의 3월 27일 자 기사에 실린 것을 알 수 있었다.

원본 사진 속에는 "과로사회 OUT! STOP! 주 69시간. GO! 주 4.5일제. 이재명"이라는 문구가 적힌 이 대표의 모습이 담겼다.

사진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주 4.5일제 관련 캠페인 동참 사진.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캡처)"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음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 스크린샷(좌)과 뉴시스 기사에 실린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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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 스크린샷(좌)과 뉴시스 기사에 실린 원본 사진(우) 비교.

앞서 고용노동부는 3월 6일 한 주 최대 52시간에서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를 "과로사 강요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 4.5일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주 최대 69시간 근무에 대해 노동계와 젊은 층의 반발 여론이 일자 윤 대통령은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정부 개편안의 보완을 지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상위권을 기록했다.

동일한 사진이 이 대표의 공식 페이스북트위터 계정에도 게시됐는데, 해당 게시글에도 노동시간 단축을 촉구하는 민주당의 소셜미디어 캠페인과 관련된 내용이 등장한다. 해당 사진은 국내 언론 보도 여기, 여기에도 실렸다.

윤 대통령 비판 문구

조작된 사진 속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문구는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규탄하기 위해 열린 집회에 참여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실제 사용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3월 6일 지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배상금을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부산일보오마이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가 부산 초량동의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징용 해법의 철회를 촉구했는데, 이 시민단체 회원들이 든 팻말이 조작된 사진 속 이 대표가 든 팻말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팻말에 사용된 이미지가 한 유튜브 영상의 섬네일 사진으로도 사용되기도 했는데, 이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영상들도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 속 팻말 부분을 확대한 것(좌)과 해당 유튜브 영상의 섬네일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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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 속 팻말 부분을 확대한 것(좌)과 유튜브 영상의 섬네일 사진(우) 비교

이 대표 역시 3월 12일, 18일25일 윤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및 대일 외교를 비판하는 집회에 세 차례 참석했는데, 당시 이 대표가 든 팻말에는 "역사정의, 평화실현," "굴욕외교 심판," "강제동원 굴욕해법 폐기" 등의 구호가 적혀있으며,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거나 풍자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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