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낚시 전문 잡지에 실린 만우절 기사에 기반한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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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월요일 2023/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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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P 멕시코, AFP 프랑스, AFP 스리랑카
- 번역 및 수정 SHIM Kyu-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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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은 2023년 3월 11일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한 인물이 입을 벌린 상어와 조우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과 이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보이는 일화가 담겼다.
다음은 해당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호주의 한 어부는 어느 날 자신의 그물에서 백상아리를 발견했고 급히 풀어서 죽음의 위기에서 살려주었다. 이후 무려 2년이 지났지만 그 백상아리는 여전히 어부를 따라다니고 있다. 그는 이 백상아리에게 이름도 붙여주었다."
게시글에는 프랑스어로 작성된 기사 형태의 글도 포함됐는데, 이 글에도 마찬가지로 "아널드 포인터(Arnold Pointer)"라는 호주 어부가 자신이 구한 상어에게 "신디(Cindy)"라는 이름을 지어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일한 일화가 유사한 사진들과 함께 페이스북, 에펨코리아, 더 쿠 등에도 공유됐다.
이 일화는 수년간 페이스북에 반복적으로 공유된 내용으로, 미국,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등 해외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공유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만우절 기사
구글 키워드 검색을 통해 해당 일화의 사실 여부를 검증한 미국 온라인 매체 스놉스(Snopes)의 2008년 4월 자 팩트체크 기사를 찾을 수 있었는데, 보도에 따르면 이 일화는 만우절을 맞아 "Le Magazine des Voyages de Pêche"라는 프랑스 낚시 전문 잡지에 실린 내용이었다.
이 잡지의 편집장 줄리엔 라조르나드(Julien Lajournade)는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해당 일화는 2006년 만우절을 맞아 잡지에 실린 허구로, 일화에 소개되는 "아널드 포인터(Arnold Pointer)"라는 이름은 백상아리를 일컫는 다른 영문 명칭인 "white pointer"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라조르나드 편집장은 이어 문제의 일화가 담긴 지면을 촬영한 사진을 제공했는데, 해당 지면의 내용이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된 사진과 일치함을 알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상어
해당 일화를 공유한 한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상어와 조우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여럿 공유됐는데, 게시글에는 이 사진들이 마이클 숄(Michael Scholl)이라는 사람에 의해 촬영됐다는 설명도 붙었다.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해당 게시글에 담긴 한 사진이 2005년 9월 한 프랑스어 블로그에 게시된 사진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블로그 게시글에도 이 사진이 마이클 숄이라는 상어 연구자에 의해 촬영됐다는 설명이 등장한다.
숄은 2021년 6월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해당 사진들은 1994년에서 2004년 사이 백상아리가 자주 출몰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다이어섬(Dyer Island) 인근에서 진행된 탐사 활동 도중 촬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숄은 "이 허구적인 일화가 사실로 알려진 탓에 십 년 넘게 이 사진과 관련된 수많은 문의를 받았다"라며 "이 사진들은 거의 이십 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된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숄에 따르면 사진들 속 파란 모자와 흰색 티셔츠를 입은 인물은 마이클 룻젠(Michael Rutzen), 흰 모자와 파란 티셔츠를 입은 인물은 모른 하덴버그(Morne Hardenberg)라는 상어 연구자라고 지목했다.
하덴버그의 인스타그램에도 네이버 게시글에 공유된 사진과 일치하는 사진이 2013년 12월 17일 게시됐음을 알 수 있었다.
상어 행동 연구
숄은 해당 사진들이 상어가 입을 벌리게끔 유도하기 위해 상어의 코를 만지는 연구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숄에 따르면 상어들은 코를 접촉하면 입을 크게 벌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눈과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생리적인 반응이거나 혹은 피부 표면에 있는 전자 수용체가 자극돼 일어나는 반응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2000년 4월 자 표지에 실린 상어 사진을 제시했는데, 사진 속 상어 역시 이 방법을 통해 입을 벌리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숄은 이어 "이 사진들은 100% 진실을 담고 있지만, 해당 일화에는 단 1%의 진실만이 담겨 있다"라며 "1%라는 여지를 남긴 이유는 상어와 조우한 모든 연구자들이 상어들과 교감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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