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 강의 영상에 기반한 허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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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3/03/14 05:27
  • 2 분 읽기
  • SHIM Kyu-Seok, AFP 한국
한 여성의 사진이 한글이 중국에서 발명됐다고 발언한 중국인 유학생의 말을 반박한 호주국립대학교 교수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뇌과학 교수가 뇌 과학 개론을 강의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해당 강의 그 어디에서도 한글과 중국과 관련된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3월 4일 "한글을 중국이 만든거라고 교수한테 화내는 중국유학생"이라는 글귀와 함께보배드림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총 5장의 스크린샷이 공유됐는데, 모두 목도리를 두른 여성이 발언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담고 있다.

스크린샷에는 "호주 캔버라 '호주국립대학교' 세라 아델 교수 한국어 강의 중"이라는 자막이 등장하는데, 그 하단에는 이 강의 도중 한 중국인 학생이 꺼낸 발언이라고 주장되는 내용이 담겼다.

자막 내용에 따르면 중국 유학생은 "한글은 중국이 만든 문자"라며 "중국어인 한자를 읽기위한 표기법"이라고 주장하는데, 이에 교수는 그럼 중국 사람들도 어려운 한자 대신 쉬운 한글을 쓰면 되겠다라고 반박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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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보배드림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3월 8일 캡쳐.

동일한 사진과 주장이 아카라이브, 종토넷, 인벤, 그리고 페이스북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뇌 과학 강의

호주 캔버라 소재 호주국립대학(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관계자는 2022년 3월 9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현재 "대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수나 교직원 중 세라 아델(Sarah Adele)이라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소셜미디어상에서 공유된 사진이 2021년 10월 27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한 강의 영상 속 장면들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상에는 낸시 캔위셔(Nancy Kanwisher)라는 MIT 교수가 2019년 2월 6일 진행한 "인간 뇌"라는 과목의 첫 강의를 촬영한 것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총 1시간 19분가량의 강의 동안 캔위셔 교수는 뇌에 관한 일화를 통해 뇌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설명을 이어 나가며 수업 과제와 진행 과정 등을 소개하지만, 한글이나 중국에 관한 언급을 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다음은 보배드림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좌)과 MIT 영상 속 일치하는 장면(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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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드림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좌)과 MIT 영상 속 일치하는 장면(우) 비교

MIT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된 소개에 따르면 캔위셔 교수는 4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뇌 과학 전문가로, 인지과학을 전문 분야로 연구한다.

한글의 기원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AFP에 한글이 조선 왕조의 세종대왕에 의해 창제됐다는 사실은 여러 문헌을 통해 입증됐으며 논란의 여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1446년 편찬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의 창제 원리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는데, 서문에는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백성들이 한자를 통해 제 뜻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글자를 새로 만들었다는 세종대왕의 설명이 명백히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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