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2018년 스페인에서 열린 종교 행사를 촬영한 것이다

  • 이 기사는 작성된 지 1 년이 지났습니다
  • 입력 월요일 2023/03/13 08:18
  • 3 분 읽기
  • SHIM Kyu-Seok, AFP 한국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을 짊어진 인물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전쟁 도중 사순절을 지키는 우크라이나 장병들을 촬영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영상은 2018년 3월 부활절을 앞두고 스페인 남부의 말라가시에서 열린 종교 행사에 참여한 스페인 군인들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우크라이나와는 무관하다.

문제의 영상은 2023년 3월 7일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 장병들 사순절 지키는 영상 (예수 나를 위하여)"라는 글귀와 함께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됐다.

영상에는 제복을 입은 군인들로 보이는 인물들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을 짊어진 채 군중 앞에서 행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는 "전쟁중에도 우크라이나 장병들 사순절 지키는 장면"이라는 문구와 "십자가로 가까이(Near the Cross)"라는 영어 찬송가가 삽입됐다.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을 기준으로 40일 전의 기간을 사순절이라고 일컫는데, 이 기간 신도들은 기도와 금식 등을 하며 절제한 생활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mage
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네이버 블로그 스크린샷. 2023년 3월 13일 캡쳐.

이 주장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돌아온 첫 사순절이었던 2022년 4월부터 온라인상에 처음 공유됐다.

동일한 영상이 이후 페이스북 여기여기,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영상은 2018년 스페인에서 촬영된 것으로, 우크라이나와는 무관하다.

말라가 부활절 행사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된 영상과 일치하는 장면들이 담긴 영상이 2018년 3월 스페인 방송사 PTV Malaga의 유튜브 계정에 게시됐음을 알 수 있었다.

"2018년 성주간: 성목요일 (오전)"이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2018년 3월 스페인 남부 말라가시(Malaga)에서 열린 부활절 행사 장면이 담겼다.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된 영상과 일치하는 부분은 영상의 2시간 41분 부분부터 시작되는데, 이 부분에는 스페인 외인부대 대원들이 예수상을 짊어진 채 찬송가를 부르며 구즈만의 산토 도밍고 교회(Iglesia de Santo Domingo de Guzmán) 앞에서 행진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다음은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영상 속 장면(좌)과 이와 일치하는 PTV 영상 속 장면(우)을 비교한 것이다.

Image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영상 속 장면(좌)과 이와 일치하는 PTV 영상 속 장면(우) 비교.

말라가에서는 매년 사순절의 마지막 주이자 부활절 전주인 성주(Semana Santa) 기간 도시 곳곳에서 행진과 의식 등 다양한 종교 행사 등이 진행된다.

영상 속에 담긴 장면은 이 중 "Traslado del Cristo de la Buena Muerte"라고 불리는 행사로, 사망한 예수의 시체가 옮겨지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행사는 통상적으로 스페인 외인부대 대원들에 의해 거행되는데, PTV 영상에 등장하는 깃발과 군인들이 착용한 제복 등에 새겨진 상징들이 스페인 외인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문양들과 일치함을 알 수 있었다.

PTV 영상 속 장면과 일치하는 사진과 영상들이 2018년 스페인 현지 보도에도 여럿 실렸다. 해당 보도는 여기, 여기,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한편 AFP가 2022년 4월 14일 작년의 말라가 성주간 행사에서 촬영한 사진을 통해서도 영상 속 장면과 유사한 장면들을 확인할 수 있다.

Image
스페인 외인부대 대원들이 2022년 4월 14일 스페인 남부 말라가의 성주간 행사에서 죽은 예수를 연상시키는 조각상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 AFP / JORGE GUERRERO)
Image
스페인 외인부대 대원들이 2022년 4월 14일 스페인 남부 말라가의 성주간 행사에서 죽은 예수를 연상시키는 조각상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 AFP / JORGE GUERRERO)

 

 

팩트체크 신청하기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