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지진 발생 전 촬영된 사진... 일본 비영리단체가 재활용 목적으로 모은 종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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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월요일 2023/02/2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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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IM Kyu-Seok, AFP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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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은 2023년 2월 13일 "일본인들이 튀르키에에 보낸 종이학"이라는 주장과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두 사진에는 다양한 색상의 물건들이 비닐봉지 등에 포장된 모습이 등장하는데, 우측 사진에는 해당 물건이 지게차에 의해 들려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일본에서는 종이학 1,000마리를 접어 실로 연결한 것을 센바즈루(千羽鶴)라고 하는데, 이는 문병 선물 등으로 종종 제작된다.
종이학은 히로시마 원폭 피해의 상징으로도 알려졌으며, 히로시마 평화기념 공원 곳곳에는 일본 국민이 접은 형형색색의 종이학 묶음 등이 걸려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2월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 일대에 7.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2월 15일 기준으로 최소 3만 5천 명의 사망자가 보고된 이후부터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튀르키예 대지진 발생 이후 전 세계에서 여러 정부, 구호단체와 비정부기구 등이 긴급 구호 모금을 시행했는데, 일본 역시 자국의 긴급구호대를 튀르키예에 파견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일본 지지통신은 튀르키예 대지진 발생 이후 일본 내 여러 비정부 기구 등이 기부받은 현금과 현물의 금액이 수백만 엔에 달한다고 전했다.
동일한 사진이 유사한 주장과 함께 페이스북, 더쿠, 바다, 에펨코리아 등에도 공유됐다.
이 중 몇몇 게시글은 아베마 타임스라는 일본 인터넷 매체의 보도를 일본인들이 종이학을 튀르키예에 전달했다는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해당 보도는 튀르키예에 재난 긴급 구호팀을 파견하는 한 일본 비영리단체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 관계자는 때와 장소를 가려 구호품을 선별해야 하며, 튀르키예 현지에서 식량, 식수 등이 부족한 현재 시점에는 종이학과 같은 물건을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게시글들에 남겨진 댓글을 통해 여러 사용자들이 실제 일본으로부터 종이학 등의 물품들이 튀르키예에 전달된 것으로 오해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진들이 일본인들로부터 우크라이나에 전달된 종이학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여러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공유된 바 있다. 해당 게시글은 여기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이 사진들은 튀르키예 대지진이 발생하기 수년 전 일본의 한 비영리단체가 촬영한 것으로, 해당 단체가 재활용할 목적으로 일본 전역의 기념관 등에서 모은 종이학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오래된 사진
구글 역 이미지 및 키워드 검색을 통해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두 장의 사진 모두 튀르키예 대지진 발생 수년 전에 "센바즈루 미래 프로젝트(千羽鶴未来プロジェクト)"라는 비영리 단체의 웹사이트에 게시됐음을 알 수 있었다.
좌측 사진의 원본은 2014년 6월 13일 해당 웹사이트에 게재됐는데, 사진에는 "2014년 3월 (히로시마) 시내의 네 팀이 참가한 센바즈루 보관소 견학 중 촬영 (요시지마 보관고)"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음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좌측의 사진(좌)과 2014년 센바즈루 미래 프로젝트 웹사이트에 게시된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해당 게시글에는 이 단체가 2012년 8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수거해 여러 상품으로 재활용한 종이학이 총 10톤에 달하고, 재활용된 종이학으로 제작된 상품 등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설명이 담겼다.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우측의 사진 역시 2012년 11월 30일 해당 웹사이트에 게재됐는데, 이 사진에는 "오늘 오키나와로부터 도착한 종이학"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음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우측의 사진(좌)과 2012년 센바즈루 미래 프로젝트 웹사이트에 게시된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게시글에는 사진 속 종이학 모음이 오키나와의 히메유리 평화기념관 등에서 수거돼 히로시마로 옮겨진 것이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종이학이 언급된 아베마 타임스 보도는 다수의 국내 언론 보도에도 인용됐는데, 이와 별개로 일본인들이 조직적으로 종이학 등을 튀르키예에 전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신뢰할만한 보도나 발표 등은 찾을 수 없었다.
한편 주미, 주한튀르키예 대사관 등은 현지에서 필요한 비상 물품 목록을 공유하며 중고물품이 아닌 물자를 기부해달라고 호소하며, 믿을 수 있는 단체를 통해 기부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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