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G20 정상회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및 여권 의무화 관련 내용 합의 된 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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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접종 여부 인증 수단인 백신 여권을 의무화하기로 합의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해당 게시글은 과거 백신 관련 허위 주장을 여러 차례 공유한 바 있는 웹사이트에 게시된 기사의 스크린샷과 함께 공유됐다. 하지만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선언문에는 백신 접종과 백신 예방접종 인증 수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실렸으며, 백신 접종과 백신 여권 의무화와 관련된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외교부 관계자는 G20 회의에서 선언문에 실린 내용 이외의 합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주장은 2022년 11월 22일 "세상 갈 때까지 가고 있다!"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일본어로 적힌 기사의 스크린샷이 공유됐는데, 이미지 상단에는 "무려 G20에서 백신 여권 의무화를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백신 접종의 강제 의무화에도 합의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이미지 하단에는 해당 기사가 브라이언 실하비(Brian Shilhavy)라는 인물에 의해 집필됐다는 일본어 문구도 등장한다.

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2년 11월 23일 캡쳐.

해당 주장은 2022년 11월 15일에서 16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후부터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G20 정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들과 여러 국제 기관장들이 참석한 발리 G20 정상회의는 회원국들의 합의에 따른 정상선언문 채택과 함께 마무리됐다.

동일한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백신 관련 합의

발리 G20 정상선언문은 인도네시아 정부유럽의사회의 공식 웹사이트에도 공개됐는데, 선언문 그 어디에서도 회원국 정상들이 백신 여권과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합의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선언문에 백신 관련 내용이 여러 차례 언급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들이 백신 접종을 통한 광범위한 코로나19 면역 달성과 원활한 국제 여행을 위해 백신 접종 증명 수단 및 기술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이 실린 것이 전부다.

G20 회원국들은 정상회의 개최 전 다음 전염병 대유행에 대비하고 예방하기 위해 약 14억 달러 규모의 '팬데믹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한 내용 역시 선언문에 포함됐는데, 이 역시 백신과 관련된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외교부 관계자는 11월 24일 AFP와 통화를 통해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선언문에 담긴 내용 이외의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선언문에 담기지 않은 내용은 참석국들 사이에서 합의가 없었다고 보면 된다"라며 "백신 관련 합의를 포함해 공개되지 않은 내용에 관해서는 따로 합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백신 반대 웹사이트

키워드 검색을 통해서도 G20 회원국들이 백신 접종과 여권을 의무화하기로 합의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신뢰할만한 발표나 보도 등은 찾을 수 없었다.

한편 페이스북 게시글에 공유된 기사에 인용된 "Brian Shilhavy"라는 이름을 이용한 검색을 통해 Health Impact News라는 웹사이트에 게시된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세계 백신 여권 계획을 통한 국제적 통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최근 폐막한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참석국 정상들은] 이견을 뒤로하고 국제 통용 백신 여권이 국제 여행에 필수적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그들은 현재와 미래의 '감염병 대유행'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의 선정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 맡기기로 결정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기사의 하단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 주석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각각 악수하는 모습을 담은 두 장의 사진이 실렸는데, 별도의 검색을 통해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촬영된 사진은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촬영된 것이 맞지만, 시 주석과 트뤼도 총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2016년 항저우 G20 정상회의 당시 게티 이미지에 의해 촬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Health Impact News는 백신을 반대하는 내용을 자주 게시하는 웹사이트로, 스스로를 "다른 언론 매체들이 검열하는 내용을 보도"하는 웹사이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Health Impact News는 과거에도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허위 주장을 게시한 적이 있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