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정자항체 검사와 관련된 허위 주장이 한국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 AFP / ANTHONY WALLACE)

항정자항체 검사, 여성의 과거 성관계 횟수 밝힐 수 있다? 전문가 '해당 검사 성관계 횟수와 관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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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정자항체(antisperm antibody) 검사라는 불임 검사를 통해 여성의 과거 성관계 경험 횟수를 밝힐 수 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체 내 항정자항체의 존재 여부는 성관계 경험 및 횟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한 사람의 성관계 경험 횟수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의 주장은 2022년 9월4일 "내 여친이 몇 명의 남자와 했는지 알 수 있는 검사"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페이스북에 공유된 게시글에는 불임을 이유로 아내에게 항정자 항체(antisperm antibody·ASA) 검사를 받게 한 남성의 일화가 소개됐다.

다음은 해당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항정자 항체 검사를] 하면 과거 여자가 몇명의 남자랑 섹수를 했는지 한남자랑 얼마나 오래 섹수를 했는지도 항체 수치로 다 알수 있기 때문임. 한마디로 가정 파탄 검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

"의사샘 하는 말, [아내의 체내] 항체종 갯수가 14개라는 것임. 뭔말이에요? 했더니 각각 다른 정자에 대해 생성된 항체의 종류가 1라고 함. 질내 사정, 구가내 사정, 항문사정등.

"어쨋거나 저쨋거나 아내 몸속으로 들어온 정자의 종류, 남자의 수가 14명이라는 뜻임."

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2년 9월 8일 캡쳐.

항체, 또는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은 외부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생기는 단백질을 의미한다.

항정자 항체는 혈액, 질액, 정액 등에서 발견되는 정자에 대항하는 항체로, 불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동일한 주장이 담긴 게시글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항정자항체 검사

박현준 부산대학교 비뇨기과 교수는 2022년 9월 13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항정자항체 검사는 난임 검사의 한 종류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남성의 정액에서 항정자 항체가 검출되면, 이는 해당 환자가 과거에 염증성 질환, 외상 혹은 손상 등 고환 질환을 겪었음을 의미한다"라며 "여성의 경우, 항정자항체 보유를 통해 성관계 경험 유무 등을 파악할 수 있지만, 성관계 횟수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보건 관련 허위 주장의 팩트 체크를 돕는 Meedan's Health Desk의 관계자 역시 9월 29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항정자항체 검사는 원인 미상의 불임 등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으로, 인체 내 항정자항체 존재 여부를 통해 성관계 여부 및 횟수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자궁을 보유한 사람의 인체에서 항정자항체가 왜 생기는지에 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에 있다"라며 "현재 확실한 것은 성관계 도중 여성의 질이나 생식 기관이 정자에 노출된다고 항정자항체가 생기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관계로 인해 항정자항체가 생성될 수 있지만, 다른 이유로도 생길 수 있으므로 인체 내 항정자항체 존재 여부를 통해 검사자가 성관계 경험이 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Health Desk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국 바이러스 학회(American Society for Virology)에서 발간하는 의학 학술지 '백신(Vaccines)'에 실린 2019년 연구는 "성관계 이후 여성의 생식 기관에 잔류한 정자는 항정자 항체 생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질 점막이 손상을 입거나 항문 혹은 구강성교를 통해 정자가 소화관 등에 잔류하는 경우 항정자 항체 생성을 유도할 수 있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항체 종류

전문가들은 14종류의 항정자 항체가 존재하며, 이는 각자 다른 남성의 정자로 인해 생성되는 항체라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Health Desk 전문가들은 총 다섯 가지 종류의 항체가 존재하며, "이 중 항정자 항체는 백혈구의 표면과 혈액 및 림프기관에서 발견되는 두 종류의 면역글로불린 IgA 와 IgG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부산대 박 교수 역시 항정자 항체에는 "IgG와 IgA 종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의 성관계 경험 횟수를 정확히 밝힐 수 있는 의학적 방법이나 수단은 현재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Health Desk 관계자는 "그 어떠한 신체검사로도 남성 혹은 여성의 성관계 경험 횟수는 물론이고, 경험 여부조차 명백하게 확인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역시 2021년 3월 31일 자 보도를 통해 해당 검사에 관한 유사한 주장을 검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