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ents prepare to sit the annual college entrance exam in a classroom at a high school in Seoul on November 14, 2019. ( AFP / Jung Yeon-je)

OECD, 한국 성인의 실질 문맹률 75%로 집계했다? 21년 전 국내 기관 조사 결과에 기반한 사실 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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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의 "실질 문맹률"이 7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해당 주장은 여러 국내 언론 보도에도 실렸는데, 이 보도에는 OECD의 조사 결과가 한국 성인 10명 중 약 7명이 글을 읽고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오도하는 주장이다. 문제의 주장은 한국교육개발원이 한국 성인의 문서 문해력을 측정하기 위해 2001년 실시했던 조사 결과의 일부를 인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 문맹률"이라는 개념은 학계에서 사용되지 않는 모호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주장은 2022년 8월 21일 "21세기 신문맹. 한국 문맹율 75%"이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이 게시글에는 한 업체가 트위터상에 게시한 사과문에 담긴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잘못 이해한 누리꾼들의 반응을 보도한 뉴스1의  2022년 8월 21일 자 기사가 공유됐다. 

해당 기사는 이 사건으로 인해 국내에서 "실질적 문맹" 논란이 불거졌다며,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읽은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은 무려 75%에 달한다. 10명 중 7명은 글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라는 내용을 인용했다. 

문제의 주장이 담긴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2년 8월 30일 캡쳐.

OECD 조사가 언급된 유사한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 그리고 서울경제, 매일경제 등 국내 언론 보도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오도하는 주장이다. 

2001년 한국교육개발원 조사

키워드 검색을 통해 문제의 주장에 담긴 "실질 문맹률 75%"의 근거가 되는 자료가 한국교육개발원이 2001년 실시한 "한국 성인의 문해실태와 OECD 국제비교 연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당 조사는 OECD가 20여 개국을 대상으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실시한 국제성인문해조사(International Adult Literacy Survey)에서 사용된 도구를 이용해 실시됐는데, 이 2001년 조사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당시 한국 성인의 문해력을 문서 문해력, 산문 문해력, 수량 문해력 등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 측정했고, 각 분야별로 측정된 점수를 다시 1에서 5단계로 나눠 분석했다.

측정 결과, 문서 문해력 영역에 한해서 가장 기초적인 문해 능력을 의미하는 1수준에 해당하는 성인은 약 38.0%, 그보다 상위 단계인 2수준이 37.8%로 집계됐다. 

이 수치를 합하면 약 75%라는 수치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수치를 한국 성인 중 75%가 읽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황혜진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8월 30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1, 2수준으로 분류된 사람도 읽은 문장의 뜻은 잘 안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2013년 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Survey of Adult Skills)에 실린 1, 2수준에 관한 규정을 언급하며, 이 조사에 규정된 1단계에 요구되는 능력은 "기초적인 어휘 지식," 2단계에는 "기초 어휘에 대한 지식, 구문의 의미 이해, 지문 읽기 능력"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3수준부터는 지문의 복잡성이 증대하고, 추론 능력과 배경지식, 잘못된 정보를 골라내는 판단 능력 등이 요구된다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황 교수는 이어 "실질 문맹률이라는 개념은 모호하다"라며 "'1·2수준의 문해력이 있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문해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은 주관적인 평가관을 가지고 창안해 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학계에서 이런 용어나 개념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라며 "[실질 문맹률은] 주관적이고 평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네스코 등 보건 기구 등에서 발표한 자료 중 "기능적 문해력(functional literacy)"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는데, 유네스코는 이를 "단순한 읽고 쓰는 기능을 넘어 자기와 공동체의 발전과 목표를 위해 효율적으로 읽고 쓰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황 교수는 "기능적 문해력"이라는 개념이 국어교육계에서도 사용된다고 설명했는데, 반대로 "기능적 문맹"은 "읽고 쓰는 능력이 체화되지 않아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는 상태"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 "'종합' 문해력은 능력이자 소양으로서 그 성격에 따라 기능적 문해력, 문화적 문해력, 비판적 문해력 등으로 나누어진다"라며 "문해력의 종류별로 문해력의 정도를 평가할 수는 있어도 문해력의 유무를 나누어 '실질적 문맹'이라고 하기는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2001년 조사에서 측정된 세 문해력 영역 간의 차이를 주목하며 이 중 1, 2수준 합계 75%라는 수치는 "공문서, 열차표, 도표나 그래프 등에 포함된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을 뜻하는 문서 문해력"에만 해당하는 결과였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2001년 조사에서 가장 안 좋은 점수가 나온 게 문서 문해력 영역이었는데, 산문 문해력 영역이나 수량 문해력 영역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으며, 다른 OECD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라고 말했다. 

최신 조사

해당 주장의 근거가 된 2001년 조사가 21년 전에 실시된 만큼 전문가들은 해당 조사 결과를 두고 현재 한국 성인들의 문해력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국대학교 황 교수는 2001년 조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때 지난 자료"라며 "이미 좀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현대인의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양식의 텍스트로써 국제적으로 문해력을 평가한 업데이트된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년 전의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신 교수 역시 "2001년 조사 이후 21년 동안 한국 사회가 달라지면서 한국인들의 문해력이 높아졌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조사와 관련된 AFP의 문의에 한국교육개발원 측은 보다 최근에 실시된 국내 성인 문해력 조사를 통해 수집된 통계를 제시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성인문해능력조사에 따르면 약 7.2%의 성인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1수준, 5.1%의 성인이 일상생활 활용에 미흡한 문해력 수준에 해당하는 2수준으로 나타났다. 

이후 같은 기준으로 실시된 2020년 성인문해능력조사에도 한국 성인 중 약 76%가 가장 높은 단계인 4수준 이상의 문해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