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2020년 촬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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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2/07/1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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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M Kyu-Seok, AFP 한국
사진 한 장이 2022년 발생한 호우로 인해 파괴된 태양광 시설을 촬영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해당 게시글에는 과거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늘어난 태양광 발전 시설이 호우피해의 주원인이라는 뉘앙스가 담긴 글귀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2020년 촬영된 것으로, 올해 발생한 호우피해와는 무관하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발전 시설의 증가가 산사태 증가로 이어졌다는 주장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문제의 주장은 2022년 7월 5일 "이번 폭우사태 뭉가 태양광 때문"이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 공유된 사진에는 산사태로 인해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이는 태양광 발전 시설의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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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담긴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2년 7월 11일 캡쳐.

이 주장은 2022년 6월 말과 7월 초 전국에서 발생한 호우로 인해 홍수차량 침수 등의 피해가 보고된 이후부터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문제의 주장에 담긴 "뭉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보이는데, 실제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국회에서 2021년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태양광 발전 누적 설비량이 이전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늘어난 태양광 발전 시설이 산사태에 취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2020년 하계 집중호우로 인해 다수의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피해 사례가 보고되자 태양광 시설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듬해인 2021년에도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이 산사태의 주원인이라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된 바 있다. 

동일한 사진이 유사한 주장과 함께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 그리고 트위터에도 게시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2020년 발생한 호우로 인해 붕괴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촬영한 것으로, 올해 발생한 호우피해와는 무관하다.

2020년 촬영된 사진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과 일치하는 사진이 조선일보의 2020년 8월 11일 자 보도에 실린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2020년 8월 8일 집중호우에 따라 전라남도 함평군 대동면 상옥리 매동마을에 소재한 태양광 발전 시설이 부분적으로 붕괴해 파손된 태양광 패널이 인근 민가 두 채를 덮쳤다. 

다음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게시된 사진(좌)과 조선일보 보도에 실린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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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게시된 사진(좌)과 조선일보 보도에 실린 원본 사진(우) 비교

사진에는 "지난 10일 오전 전남 함평군 대동면 상옥리 매동마을 민가 2채가 뒷산에서 폭우로 붕괴된 태양광 시설 패널에 깔려 파손돼 있다. 태양광 붕괴 사고는 지난 8일 오전에 일어났다"라는 설명이 붙었다. 

동일한 사건이 중앙일보, 투데이에너지 등 국내 언론 보도와 이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에도 실렸다. 

태양광 발전 시설과 산사태 위험성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8월 태양광 발전 시설의 난개발이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태양광이 산사태의 주원인이라는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라는 반박을 내놓은 바 있다. 

해당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하계 폭우로 인해 12건의 산지 태양광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는 그 해 보고된 산사태 발생 건수의 단 1%에 해당했다. 

앞서 2018년에 정부는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이 토사유출 등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태양광 시설과 관련된 산지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전문가 견해

경남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하익수 교수는 2022년 7월 12일 AFP와 통화를 통해 "태양광 발전 시설을 무조건적으로 산사태와 연관시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정확한 수치 및 데이터는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태양광 발전 시설을 건설하기에 앞서 지자체 및 관련 행정기관에서 재해영향평가를 실시하여 산사태 발생 가능성 등을 검증한다"라며 "시공 과정에서 안전 절차를 준수하는 이상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라고 덧붙였다.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 역시 태양광 시설이 산사태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어폐"라며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되는 지점에서 산사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산사태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되는 지대보다 더 높은 곳에서 발생한다"라며 "태양광 발전 시설이 있는 지대에서 호우 시 자주 발생하는 것은 토사 유출이라고 하는데, 이는 흙을 고정할 수 있는 나무 등이 제거됐기 때문에 생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태양광 발전 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보강대책이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로 무분별하게 공사를 허가해 산사태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교수는 "태양광 발전 시설 등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그 자리에 있는 나무를 벌목하는 등 산지 평탄화 작업을 벌인다"라며 "나무는 호우 시 물을 머금고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나무가 제거된 산지는 침식이 쉽게 돼 산사태가 촉진된다"라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기 위해 배수로 건설 등 보강 및 안전조치 등이 제대로 취해지지 않는 등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된 경우가 많으며, 이에 대한 책임은 공사 허가를 내주는 정부 측과 시공업자 등 사업 관계자 모두에게 있다는 게 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태양광 발전 시설과 산사태의 인과관계를 둘러싼 논란은 미디어펜, 한국일보, 세계일보 등 여러 국내 언론사에 의해 보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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