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사진... 원본 사진 속 인물들, 올바른 순서로 팻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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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2/06/14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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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M Kyu-Seok, AFP 한국
사진 한 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동원된 중국인들의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해당 사진에는 '박혜진 퇴근'이라는 문구로 읽히는 팻말을 든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 사진을 공유한 게시글에는 박 전 대통령 퇴진 시위에 동원된 중국인들이 한국어가 서툴러 팻말을 잘못된 순서로 들었다는 뉘앙스가 담긴 글귀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2015년 4월에 촬영된 사진을 조작한 것이다; 당시 사진을 촬영한 기자는 AFP 측에 사진 속 시위자들이 올바른 순서로 팻말을 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문제의 사진은 2022년 5월 8일 "데모에 중공인이 투입된 확실한 증거!"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사진에는 시위 현장에서 다섯 명의 사람들이 각자 한 글자씩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는데, 팻말 속 글자들은 '박혜진 퇴근'이라는 문구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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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2년 6월 14일 캡쳐.

해당 사진은 최소 2015년가량부터 뽐뿌, 네이버 블로그 등 온라인상의 유머 게시판 등에 공유됐는데, 당시만 해도 이 사진은 풍자 및 유머를 목적으로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일한 사진이 2017년가량부터 중국인들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시위에 동원됐다는 주장과 함께 다시 공유되기 시작했다. 

유사한 주장이 동일한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조작된 것이다. 

세월호 1주기 집회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조작된 사진의 원본이 2015년 4월 11일 오마이뉴스의 시민참여형 뉴스 플랫폼 moi(모이)가 게시한 트윗에 공유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의 모이 서비스는 2021년 7월 30일 종료됐다. 

원본 사진 속에는 시위자들이 '박근혜 퇴진'이라는 팻말을 올바른 순서로 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원본 사진이 공유된 트윗에는 "[현장] 광화문광장에 박근혜 퇴진 데모당 등장.(By 김시연)"이라는 설명과 세월호 1주기, 박근혜 퇴진, 데모당 등을 의미하는 해시태그가 달렸다. 

세월호 사고 1주기인 2015년 4월 15일 전후로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 광장 일대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여러 차례 열린 바 있다. 

다음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조작된 사진(좌)과 모이 트윗에 게시된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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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조작된 사진(좌)과 모이 트윗에 게시된 원본 사진(우) 비교.

오마이뉴스의 김시연 기자는 2022년 6월 9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트위터에 게시된 원본 사진은 자신이 "2015년 4월 11일 세월호 1주기 집회 당시 직접 촬영해 오마이뉴스 '모이' 뉴스로 올렸던 사진이다"라고 설명했다. 

원본 사진 속 인물들 뒷편에는 "세월호 참사 1년. 기억하라! 행동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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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연 기자가 촬영한 원본 사진 속 세월호 1주기 현수막 부분 확대.

김 기자에 따르면 원본 사진 속 팻말을 든 채로 서 있는 사람들은 "데모당"이라는 시민단체의 일원들로, 해당 단체는 세월호 1주기 당시 각종 시위에 '박근혜 퇴진'이라는 팻말을 들고 참가했다.

김 기자는 이어 "이후 해당 사진에서 팻말 단어 순서만 바꿔 '박혜진 퇴근'으로 조작한 짤이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유됐다"라고 말했다. 

데모당이라는 단체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시위에서 '박근혜 퇴진'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은 조선일보, 뉴데일리, 연합뉴스 등이 촬영 및 게시한 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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