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livian President Luis Arce. ( AFP / AIZAR RALDES)

볼리비아 대통령, 한국에 '그 어떤 도움도 주겠다'라고 공언했다? 자막 오역에 기반한 사실 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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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2/06/0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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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M Kyu-Seok, AFP 한국
스크린샷 여러 장이 "대한민국을 위해 그 어떤 도움이든 제공하겠다"라고 공언하는 볼리비아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캡쳐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스크린샷에 삽입된 자막에는 오역이 포함돼있다: 원본 영상에 볼리비아 루이스 아르세(Luis Arce) 대통령이 한국과의 인프라 및 보건 협력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는 발언은 등장하지만, 한국에게 도움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문제의 주장과 스크린샷은 2022년 5월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soulsoul에 "볼리비아 대통령 공식 석상에서 오래도록 이어져 온 한국에 대한 고마움에 눈물의 감사 인사"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공유됐다.

다음은 해당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지난 5월 7일에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볼리비아 라파스 주에서는 '엘알또 한국병원' 3차 병동 중축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직접 모습을 드러낸 볼리비아의 대통령, 루이스 아르세는 우리 대한민국에게 몇 번씩이나 감사를 표했고, 도움을 준 한국이 자신들을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기꺼이 손을 내밀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이 게시글에는 아르세 대통령이 연설하는 장면이 담긴 세 장의 스크린샷이 공유됐는데, 스크린샷에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형제 대한민국.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도움이든 기꺼이 제공할 것을 단언합니다"라는 자막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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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soulsoul 게시글 스크린샷. 2022년 5월 31일 캡쳐.

해당 게시글에는 볼리비아와 한국 간의 문화적인 교류와 한국 정부가 볼리비아에서 진행한 인도적인 사업과 관련된 내용도 담겨있다.

동일한 주장이 담긴 게시글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해당 스크린샷에 삽입된 자막에는 아르세 대통령의 실제 연설과 다른 오역된 내용이 포함됐다.

병원 증축

구글 키워드 검색을 통해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이미지가 볼리비아 국영 방송국 Bolivia TV의 유튜브 채널에 2022년 5월 8일 게시된 영상을 캡쳐한 스크린샷임을 알 수 있었다.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엘알토시 소재 한국병원 3차 병동 이관을 참관했다"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는 아르세 대통령이 한국의 지원으로 건설 및 증축된 병원에서 열린 병동 이관식 행사에서 기념 연설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사업을 주관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이 병원의 3차 증축 사업을 위해 약 118억 원을 지원했다.

Bolivia TV의 영상 속 아르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와 코이카에게 감사를 표하지만, 볼리비아가 한국을 위해 "어떤 도움이든 기꺼이 제공하겠다"라는 발언은 하지 않는다.

영상의 8분 부분에서 아르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형제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라며 "우리는 이것이 대한민국의 형제들과 함께하는 처음도 마지막도 아닌 사업이 될 것을 확신한다"라고 말한다.

다음은 오역된 자막이 달린 soulsoul 게시글 스크린샷(좌)과 Bolivia TV의 원본 영상에 담긴 아르세 대통령의 연설 장면(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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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된 자막이오역된 자막이 달린 soulsoul 게시글 스크린샷(좌)과 Bolivia TV의 원본 영상에 담긴 아르세 대통령의 연설 장면(우) 비교

같은 영상에서 아르세 대통령은 볼리비아 정부가 국가 역량을 보건에 집중할 것이라는 말로 연설을 이어 나간다.

국제 구호 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볼리비아의 보건 상황이 중남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의료 서비스는 양적이나 질적으로 취약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아르세 대통령이 엘알토 한국병원 이관식에서 전달한 연설은 연합뉴스, 부산일보, 매일경제 등 다수의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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