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벽화에 그려진 태극 문양? 조작된 이미지... 전문가 '고대 이집트 유물에 태극 문양 발견된 사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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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월요일 2022/05/25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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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IM Kyu-Seok, AFP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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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이미지 중 첫 번째 그림은 2022년 4월 17일 "속보] 이집트 피라미드서 '태극문양' 발견..전세계 역사학계 당황"이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해당 게시글에 공유된 이미지의 우측에는 고대 이집트 그림으로 보이는 작품 속에 태극 문양과 유사한 물체가 등장한다.
이미지의 하단에는 "[속보] 이집트 고대 피라미드서 태극문양 벽화 발견돼"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동일한 이미지가 3만 6천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 영상의 섬네일로도 공유됐는데, 영상의 5분 48초 부분에는 태극 문양이 새겨진 또 다른 고대 이집트 미술 작품으로 보이는 그림이 등장한다.
해당 그림의 하단에는 "[고대 이집트인들은] 선조들의 역사를 그려내고, 고구려 유민들로부터 이어져온 태극 문양을 그려 넣었습니다"라는 자막이 삽입돼 있다.
동일한 두 장의 이미지가 유사한 주장과 함께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고대 이집트는 약 기원전 32세기에서 기원전 332년까지 지속된 이집트의 고대 문명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한편 고구려는 기원전 37년에서 서기 668년까지 존속했던 한국의 고대 왕조다.
하지만 이 이미지들은 조작된 것이다.
조작된 이미지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페이스북에 공유된 이미지가 영국 런던 소재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파피루스 회화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영박물관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약 기원전 1292년에서 1190년까지 지속된 고대 이집트의 제19 왕조 시기에 제작된 것이다.
다음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조작된 이미지(좌)와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원본 파피루스 그림(우)을 비교한 것이다. AFP는 파피루스 그림에 조작된 이미지와 일치하는 부분을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이 작품에는 "후네페르의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 of Hunefer)라는 박물관의 설명이 붙었다.
미국 뉴욕시 소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계자는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는 두 번째 이미지가 미술관에 소장된 한 고대 이집트 미술 작품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이집트 테베시에서 발굴된 나흐트(Nakht)의 묘 벽화를 모사한 것이다.
미술관 웹사이트에 게시된 설명에 의하면 이 모사본은 1908년에서 1914년 사이에 제작된 것이며, 벽화 자체는 기원전 1410년에서 1370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에는 "나흐트의 제단 서쪽 벽의 북면 벽화"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음은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는 조작된 이미지(좌)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된 벽화 모사본 그림(우)을 비교한 것이다.
전문가 견해
한편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존하는 고대 이집트 미술 작품 중 태극 문양과 유사한 장식무늬가 발견된 사례는 없다.
하버드 대학교의 고대 근동 박물관 소장 피터 데르 마누엘리안(Peter Der Manuelian) 교수는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고대 이집트 미술 작품 속에서 태극 문양과 유사한 무늬를 목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데르 마누엘리안 교수는 "사람들이 간혹 고대 이집트 미술 작품에서 오늘날에 사용되는 문양과 유사한 모습을 갖춘 상형문자나 장식무늬를 발견하고는 하지만, 해당 문양들이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있어서 같은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계자 역시 "태극 문양과 같이 두 개의 소용돌이가 원을 구성하는 식의 무늬를 갖춘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나 장식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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