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n honour guards during a ceremony to re-erect a statue of Yi Sun-Sin, a famous admiral who fought and died during the Japanese invasion of Korea from 1592 to 1598, in Seoul on December 23, 2010. The copper structure, eight tons in weight and 6.5 metres high on top of a 10.5-metre stone foundation, was re-erected on December 23 ( AFP / PARK JI-HWAN)

난중일기, 호남 지방 사람 폄훼하는 구절 등장한다? 전문가 '관련 내용 등장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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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1/11/22 08:28
  • 수정 2021/11/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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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M Kyu-Seok, AFP 한국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집필한 난중일기에 호남 지방 사람을 폄훼하는 구절이 담겼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역사학자에 의하면 해당 내용은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 장군이 남긴 기록에 등장하지 않는다; 난중일기의 현대 한국어 번역본에서도 관련 구절을 찾을 수 없었다.

문제의 주장은 2021년 11월 14일 "뭔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이순신 장군님께서 한말씀을!"이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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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1년 11월 15일 캡쳐. ( AFP)

해당 게시글에는 "충무공이순신의 난중일기 中 : '호남사람들은 약한자를 무시하며 강한자에 비굴하니 믿을수가없다. 전라도는 거짓 성실한 척한다는 등 기교를 부리고 진실되지 못하다'"라는 문구가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와 함께 게시됐다.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7년 (1592년-1598년) 동안 군중 생활을 기록한 친필일기로,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사료다.  

이순신 장군은 전쟁 기간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를 겸임하며 호남 지방을 기반으로 활동을 펼쳤다.

동일한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여기 그리고 트위터 여기여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난중일기를 현대 국어로 번역한 역사학자에 따르면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 장군이 남긴 그 어떠한 기록에도 해당 구절은 등장하지 않는다.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은 2021년 11월 15일 AFP와 통화를 통해 "난중일기나 이순신 장군이 조정에 올린 장계에도 호남을 폄훼하는 [페이스북 주장에 인용된] 구절은 등장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노 소장은 해당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관련 자료를 여러 차례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남긴 기록과 편지에는 오히려 수차례 전시상황에서의 호남 지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라며 "난중일기는 [호남 지방을 폄훼하는] 구절의 출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어 고전 문학 데이터베이스 다빈치맵에 게시된 난중일기 번역본을 비롯한 다수의 현대 한국어 번역본에서도 호남 지방 사람을 폄훼하는 내용의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노 소장이 언급한 호남 지방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은 임진년(1592년) 8월 28일 기록에 등장한다.

다음은 해당 기록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우리나라 팔도 중에 오직 이 호남만이 온전한 것은 천만 다행이며, 군사를 조련하고, 군량을 옮기는 것 모두 이 전라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폐해를 다 없애어 국권을 회복하는 것도 이 도(전라도)의 계책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노 소장이 번역한 교감완역 난중일기와 김문정 역 초판본 난중일기에서도 역시 페이스북 게시글에 공유된 해당 구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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