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튀르키예 서한, 이재명 대통령 겨냥한 듯 조작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 문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해당 편지에는 한국 경제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며 합의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서한은 2019년 10월 트럼프가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조작한 것이다.  

문제 주장은 2025년 7월 17일 "모스탄 대사가 들고온 트럼프가 찢재명에게 보내는 친서. 내용은 모욕적이다"라는 글귀와 함께 네이버 밴드에 공유됐다. 

해당 편지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8월 1일까지 무역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이후 온라인상에 등장했다 (아카이브 링크). 

문제 게시글에 공유된 서한에는 두 정상이 "좋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당신도 수천 명을 학살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것이고, 나도 한국 경제를 파괴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 —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한 "모스탄 대사"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하며, 이 대통령이 "올바르고 인도적인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역사에 "악마"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 외교관 출신인 모스탄 전 국제형사사법대사는 이전에도 근거 없는 선거 부정 의혹과 이 대통령이 젊은 시절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허위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으며, 최근 방한해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려 했지만 특검의 '기소 때까지 가족·변호인 이외 접견 금지' 조치에 따라 두 사람의 만남은 불발됐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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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주장이 공유된 네이버 밴드 스크린샷, 2025년 7월 17일 캡쳐. 붉은색 X 표시 추가

동일한 문서페이스북네이버 밴드 등의 우파 성향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공유됐다. 

그러나 이 서한은 조작된 것이다. 

튀르키예 대통령 서한.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이 문서는 2019년 10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를 조작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 서한은 튀르키예가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쿠르드 민병대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개시한 직후 전달된 것이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쿠르드족은 당시 미국과 함께 IS 격퇴전에 참여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들을 자국의 분리주의 세력과 연계된 단체로 지목하고 탄압에 나섰다 (아카이브 링크). 

원본 친서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터프가이"나 "바보"가 되지 말고 휴전을 협상하라고 촉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담긴 것을 알 수 있다. 

백악관 기록을 통해서도 이 서한의 내용이 2019년 11월 진행된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언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조작된 서한에서는 원본의 수신자와 직함이 이재명 대통령으로 바뀌고, 쿠르드 민병대 지휘자 "마즐룸 장군"의 이름이 "모스탄 대사"로 교체됐다. 마지막 문장도 "나중에 전화하지 않겠다"로 바뀌었다.

그러나 원본에 있던 앤드루 브런슨 목사에 대한 언급은 그대로 남아 있다. 브런슨 목사는 튀르키예에서 2년 동안 테러 혐의로 구금됐다가 석방돼 미국 복음주의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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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편지(좌)와 트럼프 대통령이 에드로안 대통령에게 전달한 2019년 친서(우) 비교. 조작된 부분을 붉은색으로 표시.

한편 편지의 머리글과 날짜 (2025년 7월 7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실제로 보낸 관세 관련 서한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서한은 코리아타임스뉴스1 보도에도 실린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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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편지(좌)와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실제로 보낸 관세 관련 서한(우) 비교. 일치하는 부분을 붉은색으로 표시.

AFP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보낸 생일 축하 서한이라는 또 다른 조작된 문서를 검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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