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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사진은 8월 19일 "일본의 서민층"이 비싼 목재 관 대신 사용하는 "골판지 관"이라는 글과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사진에는 점퍼 차림에 모자를 쓴 남성이 큰 종이박스를 시신 화장용 소각로에 밀어 넣고 있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상자는 완전히 밀봉이 되어 있지 않고, 상자 하단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이름이 일본어로 크게 적혀있다.
이 사진은 올해 3월부터 페이스북과 틱톡 그리고 루리웹, 종토넷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본에서 주류가 되고 있는 골판지 관'이라는 제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국내 일부 매체들도 '일본에서 유행 중이라는 골판지관 사진'이라며 이 사진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부 게시글에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서민들 사이에서 어차피 바로 타서 없어질 거 비싼 관을 쓸 필요 없다며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라며 "일본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무연고자 시신 처리에 일반화되고 있다"라는 주장도 포함됐다.
게시글에 남겨진 댓글을 통해 대부분 이 사진이 일본에서 촬영된 것으로 오해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사용자는 "그래 이 정도면 골판지의 민족으로 인정이다"라며 비꼬기도 했고 한 사용자는 "저게 대지진 같은 대형 참사 시 사용되는 건데 특히나 일본은 골판지를 좋아해서 가림막, 놀이터, 침대 등등에도 사용되니 거부감이 덜한 거죠. 합리적일 수 있으나 일반적인 경우에는 망자에 대한 예의는 아닌 듯싶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조작됐으며 일본과는 관련이 없다.
미국 화장시설에서 촬영된 영상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문제 사진은 지난해 12월 27일 유튜브 계정 'Augie Inciong'에 올라온 한 영상을 캡처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는 어기 인숑(Augie Inciong) 씨는 8월 20일 AFP에 "이 사진은 내 영상에서 가져온 것이다. 좌우로 뒤집히고, 상자에 글자가 추가됐다"라고 설명했다.
영상이 촬영된 장소와 시기,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2023년 3월 경이었다. 장소는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이다"라며 "내 아버지의 화장식이였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일본에서 촬영된 게 아니다"라며 "원본영상을 가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조작된 사진(좌)과 원본 영상에서 일치하는 장면(우)을 비교한 것이다.
한편 문제 사진에서는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원본영상에서는 관 상단에 'CONTAINER MEETS CALIFORNIA AB 598 REQUIREMENTS SECTION 7006.5'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상자는 캘리포니아주 598호 법안 7006.5조에 명시된 요건을 충족한다는 뜻이다.
해당 법안은 캘리포니아주의 장례 및 화장 관련 규정을 정하고 있는데 7006.5조에는 '화장용 상자'는 불이 잘 붙는 밀폐 용기로 체액이 새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원본영상에서 일본어 문구나 자막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일본의 '에코핀'
일본에서 골판지 관은 환경을 뜻하는 '에코'와 관을 뜻하는 '코핀'을 합친 '에코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아사히신문의 2007년 보도에 따르면 에코핀은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수입되기 시작했다 (아카이브 링크).
시중에 다양한 디자인이 판매되고 있는데 현지 매체나 상조업체 웹사이트 등에 소개된 에코핀 중에는 겉면에 천이 덧대어져 있어 골판지로 만들어졌음을 쉽게 알아볼 수 없는 형태도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골판지 관은 목관에 비해 생산에 필요한 목재 펄프 양은 3분의 2 수준이며 화장 시 필요한 에너지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더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도입 이후 골판지 관에 대한 일본 내 수요는 증가해 온 것으로 보이나 문제 사진과 함께 퍼진 주장처럼 '주류'가 됐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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