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님... 미국 시트콤 속 연출된 장면

여러 장의 스크린샷이 자신이 30대 백인 남성이라고 주장하는 흑인 청년을 취재한 실제 뉴스 보도 내용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는 미국 사회의 인종 정체성을 풍자한 코미디 시리즈 "애틀랜타"의 한 에피소드 장면으로, 시리즈 제작자는 이 에피소드로 코미디부문 감독상을 수상했다.

문제의 주장은 2024년 3월 8일 "트랜스 백인의 고민"이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 속 스크린샷에는 콜로라도주에 거주하는 35세 백인 남성 "해리슨"이라고 주장하는 흑인 청년 앙투완 스몰스(Antoine Smalls)가 한 방송 기자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 담겼다. 

자막에 따르면 해리슨은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는 가족과 맞서기 위해 "인종 전환 수술"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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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4년 3월 12일 캡처.

동일한 스크린샷이 최소 2018년부터 여성시대, 고파스, 웃긴대학, 더 쿠 등 여러 국내 온라인 게시판에 공유됐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살펴본 결과 일부 사용자들은 해당 게시물이 풍자임을 인지했으나 몇몇 사용자들은 이를 실제 뉴스 보도로 오해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2016년 미국 시트콤 "애트랜타"의 한 에피소드 속 장면들로, 실제 뉴스 보도 내용이 아니다. 

코미디 에피소드

구글 키워드 검색을 통해 소셜미디어상에 공유된 스크린샷은 2024년 1월 17일 미국 케이블 채널 FX의 공식 유튜브에 게시된 "애틀랜타" 7화 속 여러 장면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영상에는 "Black American Network는 백인이 되기 위해 실험적 수술을 감당하겠다는 트랜스인종 남성 해리슨 부스(Harrison Booth)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AtlantaFX의 모든 에피소드를 Hulu에서 시청하세요"라는 설명이 붙었다. 

영상에는 해당 에피소드의 코미디적 성격이 잘 드러나는데, 화장실 거울 앞에서 백인이 사용할만한 대사를 연습하는 해리슨, 인터뷰 끝에 기자와 해리슨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침묵 등 여러 익살스러운 장면들이 연출된다. 

"B.A.N."이라는 제목의 이 에피소드는 2016년 10월 11일 미국 케이블 채널 FX에 처음 방영됐는데, 시리즈 제작 및 주연을 맡은 도널드 글로버는 이 에피소드로 이듬해 에미상에서 코미디 부문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당시 AV Club, 워싱턴포스트, W 매거진 등 미국 여러 매체들은 해당 에피소드가 인종 정체성을 재치 있게 다룬 점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뉴욕 매거진의 대중문화 웹사이트 Vulture는 이 에피소드에 대해 "'트랜스인종' 흑인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부분은 완성도가 가장 떨어지는데도 가장 웃긴 개그 요소들이 등장한다"라며 " 자신이 콜로라도 출신의 35세 백인 남성 '해리슨'이라고 믿는 흑인 청년의 사정을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상황에 대입하지만 않는다면 해리슨이 백인 대사를 연습하는 모습에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비평했다 (아카이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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