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강연 영상에 기반한 허위 주장

문제의 영상은 2023년 4월 12일 "바득바득 대드는 중국 유학생 2초만에 참교육하는 명문대 교수 ㄷㄷ"라는 제목과 함께 유튜브에 공유됐다.

영상의 섬네일에는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미지 상단에는 "[실제발언] 경복궁은 중국이 건설했어요"라는 문구, 하단에는 "당당하게 자기 주장 펼치던 중국 유학생이 단 2마디로 급격히 조용해진 이유"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영상 중반에는 같은 인물의 모습과 중장년의 서양인 남성의 모습이 담긴 프레임이 등장하는데, 해당 프레임에는 "밴더빌트 대학 '토드 빌링스' 교수, '동아시아 역사' 수업 중"이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그 하단에는 해당 학생이 수업 도중 한 발언이라며 자막이 담겼는데, 이 자막 내용에 따르면 이 중국 유학생은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많은 문화를 물려받았다"라며 경복궁 역시 자금성을 모방해 건설됐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교수는 경복궁의 역사를 설명하며 학생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내놓는다.

교수의 반박에 학생은 "인정할 수 없다"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은 듯한 발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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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shot of the misleading claim shared on YouTube. Captured May 9, 2023.

동일한 영상이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영상에 인용된 사진들은 한국이나 중국과는 무관한 내용을 담은 철학 강연을 캡쳐한 것이다.

동물권 강의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영상에 등장하는 중장년의 인물은 동물 해방주의, 생명윤리학 등의 분야에서 저명한 호주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 교수임을 알 수 있었다 (아카이브 링크).

별도의 유튜브 키워드 검색을 통해 소셜미디어상에서 공유된 영상 속 장면들이 캐나다의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에 소재한 롯만 철학 연구소(Rotman Institute of Philosophy)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영상 속 장면들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카이브 링크).

"피터 싱어: 동물해방 40년 후"라는 제목의 원본 영상에는 2015년 9월 18일 롯만 연구소에서 동물권에 관한 강연을 하는 싱어 교수의 모습이 등장한다.

영상에는 "현대 동물권 운동의 시초로 평가받는 싱어 교수의 저서 '동물 해방'은 1975년 9월에 처음 출간됐다. 이 강의에서 저자는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동물 대우와 관련된 토론이 어떻게 지속되어 왔으며, 책에서 제안하는 동물 대우의 변화를 위해 어떤 진전이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하고 있다"라는 설명이 붙었다.

허위 주장이 담긴 유튜브 영상에서 중국 유학생이라고 주장되는 젊은 남성은 싱어 교수 강의 영상의 1시간 7분 부분에 등장하는데, 이 남성은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동물 고통의 윤리적 의미와 동물과 인간 이익이 평등하게 고려될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영상 그 어디에서도 한국이나 중국에 관한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음은 잘못된 주장을 담은 영상 속 장면(좌)과 싱어 교수 강연 영상 속 일치하는 장면(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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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shot comparison of the two figures seen in the image from the misleading video (left) and the original Singer lecture posted by the Rotman Institute (right)

한편 미국 테네시주의 네시빌시에 소재한 밴더빌트 대학교(Vanderbilt University)의 공식 웹사이트 검색을 통해서도 토드 빌링스(Todd Billings)라는 인물과 관련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아카이브 링크).

벤더빌트 대학교 홍보 관계자 줄리아 조던(Julia Jordan)은 2023년 5월 10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대학교 기록 조회한 결과, 현재 대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수나 교직원 중 토드 빌링스라는 인물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복궁

한국문화재단에 따르면 경복궁은 조선 왕조가 1395년 도읍지를 현재의 서울인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창건됐으며, 실록에 궁궐 건축 과정과 관련된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아카이브 링크).

경복궁은 이후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으로 인해 불탄 이후 폐허로 남겨졌지만, 이후 1865년 흥선대원군의 지휘하에 중건됐다. 이 당시 중건 과정은 실록과 경복궁영건일기 등의 자료에 기록됐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중국 북경에 소재한 자금성은 경복궁보다 약 10년 후인 1406년에서 1420년에 걸쳐 명나라 영락제의 주도하에 건조됐다 (아카이브 링크).

과거에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케이팝이 중국 문화의 일부라고 발언한 중국 유학생이 "참교육을 당한 모습"이라는 주장과 함께 몇몇 사진들이 온라인상에 반복적으로 공유됐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