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호 인근 벚나무 사진... 경북관광공사 '보문 벚나무 벌목 지시받은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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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3/04/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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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M Kyu-Seok, AFP 한국
사진 한 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일본산이라는 이유로 벌목된 벚나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경주 보문호 인근의 벚나무를 촬영한 것으로, 2023년 3월 촬영된 네이버 거리 뷰 사진을 통해 나무들의 온전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문관광단지를 관리하는 경북문화관광공사 관계자는 이 지역의 벚나무를 베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나무를 대량으로 벌목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주장은 2023년 3월 30일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과 함께 공유됐다.

사진에는 한 도로변의 나무에 벚꽃으로 보이는 꽃이 만개한 모습이 담겼다.

게시글에는 "■ 미*친*놈*들 ■ 40~50년된 벚꽃 50만그루 일본산 이라 베어 버렸답니다. 문재앙 정부 뭔 심술인가? 사람도 아닌 나무까지~!!!"라는 주장과 해당 사진의 촬영일자로 주장되는 날짜 "2019.3.24"가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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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3년 4월 6일 캡쳐.

이 주장은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전국에서 벚꽃이 개화함에 따라 각종 벚꽃축제가 개최된 이후부터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동일한 사진과 유사한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여기, 그리고 네이버 밴드에도 공유됐다.

벚나무의 기원을 둘러싼 원산지 논란은 국내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됐는데, 한 연구조사는 여의도와 진해 등 국내 벚꽃 명소에 심어진 나무 대부분이 일본산임을 밝혀낸 바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보문관광단지 벚나무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발견한 한 티스토리 블로그에 게시된 사진들과 대조를 통해 해당 사진 속 장소가 경주 보문호 인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구글 지도 거리 뷰 기능을 통해 페이스북에 공유된 사진 속 장소와 일치하는 곳을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보문로에 해당하는 아래의 위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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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사진(좌)과 구글 거리 뷰 사진(우) 비교.

구글 거리 뷰 사진은 2015년 4월에 촬영됐는데, 별도의 검색을 통해 같은 장소를 2023년 3월에 촬영한 사진이 네이버 지도에 수록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은 네이버 지도 거리 뷰 기능을 통해 확인한 해당 장소의 모습이다. AFP는 네이버 지도에 수록된 사진의 촬영일자를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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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도 거리 뷰 기능을 통해 확인한 보문관광단지 모습

네이버 지도에 수록된 사진을 통해 2023년 3월 기준으로 이 위치를 비롯한 보문관광단지 곳곳에 심어진 벚나무에서 벚꽃이 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나무들이 벌목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경주시는 3월 31일에서 4월 2일까지 벚꽃축제를 개최하며 보문관광단지와 대릉원 등 도시 곳곳에서 상춘객을 맞았다.

올해 벚꽃이 만개한 보문관광단지의 벚나무의 모습은 노컷뉴스, 경북신문, 조선일보 등 국내 언론 보도에 실린 사진과 관광객들이 유튜브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경북문화관광공사

한편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관리 및 운영하는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관계자는 2023년 4월 6일 AFP와 통화를 통해 보문관광단지 내부와 인근의 벚나무가 문재인 정부의 지시에 따라 벌목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벚나무를 벌목하라는 지시를 접수한 적도 없고, 나무를 없앤 사실도 없다"라며 "올해 1월경 몇 그루의 나무를 베고 다시 심는 작업을 했는데, 이는 나무들이 늙어서 교체한 것이지, 일본과 관련한 지시를 받아서 이행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보문 지역이 1970년대에 관광단지로 조성됐을 당시 벚나무가 처음 심어졌다며 매해 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보문관광단지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보문관광단지에 조성된 벚나무의 정확한 수는 파악하고 있지 않지만 50만 그루보다는 현저히 적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주시의 설명에 따르면 이 지역의 벚나무는 1967년부터 심기 시작하여 보문관광단지를 비롯한 경주 지역에는 약 1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조성돼 있다.

경북일보여행신문도 보문관광단지에는 약 1만 4천에서 5천여 그루의 벚나무가 심겨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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