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가원 '잘못 인용한 수치에 기반한 허위 주장'

  • 이 기사는 작성된 지 1 년이 지났습니다
  • 입력 월요일 2023/02/09 09:13
  • 3 분 읽기
  • SHIM Kyu-Seok, AFP 한국
한 도표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 이후 국내 신규 암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나타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 자료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AFP 측에 해당 자료에 담긴 수치는 각종 암을 주 상병으로 청구한 환자 수를 기록한 것으로, 신규 암 환자 수와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이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는 밝혀진 바 없다.

문제의 주장은 2022년 11월 21일 "2022년 암환자 3배 증가!! 딱히,... "흰신" 말고는 그이유를 설명할수없는데 ^^"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코로나백신 접종후 암발생 환자수 폭증"이라는 제목의 도표가 공유됐는데, 도표 하단에는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료"가 출처로 인용됐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Image
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2년 2월 3일 캡쳐.

도표에는 2016년에서 2022년까지 신규 암 환자 수를 집계한 듯한 수치가 담겼는데, 2016년에서 2021년 사이에는 연간 약 120만에서 150만 명의 신규 암 환자 수가 집계됐지만 2022년에는 1월에서 4월까지 불과 4개월 사이에만 신규 암 환자 수가 약 100만 명이나 발생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2022년 연간 총 신규 암 환자 수가 전년 대비 104% 증가한 약 300만 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 역시 도표에 등장한다.

다음은 도표 하단에 적힌 글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도표에서 암 발생환자가 큰 증가율을 보인 것에 대해] 2021년 하반기까지 전 국민의 83%가 코로나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하였던 것 이외에는 직접적인 다른 원인을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2021년에는 암발생환자의 폭증이 전혀 없었으므로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 백신 주사일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이는 대다수 국민의 코로나백신 주사 후, 평년도의 경우라면 암에 걸리지 않나도 되었을 150여만명 이상의 국민이 추가로 암에 걸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021년 2월 개시된 이후 2023년 2월 9일 현재까지 국민의 약 88%가 2차 접종을 완료했다.

동일한 문서가 페이스북 여기여기,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여기여기에도 공유됐다.

잘못 인용된 수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2023년 2월 3일 AFP와 통화를 통해 해당 문서에 등장하는 수치는 심사평가원 통계가 맞지만, 도표에서 "암발생 환자수"라고 기록된 수치는 "신규 암 환자 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암을 주 상병으로 청구한 환자 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특정 암 환자가 매월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이 내용이 건강보험 기록에 잡히고, 한 해 같은 환자가 병원을 여러 번 방문할 경우 같은 환자가 중복으로 기록된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런 이유로 문제의 도표에 나온 것과 같이 2022년 1월에서 4월까지 기록된 수치를 단순 3배로 곱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은 정확하지 않고, 애초에 해당 수치를 '암발생 환자수'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2022년 12월 30일 발표한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신규 발생한 암환자 수는 24만 7,952명으로, 이는 2019년 25만 7,170명 대비 3.6% 감소한 수치다.

자료에는 신규 암 환자 수가 코로나19 유행 전까지 매년 증가해 온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6년에는 약 23만 3천, 2017년에는 약 23만 6천, 2018년에는 24만 6천, 2019년에는 25만 7천 명으로 집계됐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대학원장은 AFP와 통화를 통해 2021년과 2022년에 해당하는 암 발생 통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유행 기간 사람들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에 백신 접종 개시 이전보다 낮은 신규 환자 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명 교수는 이어 "코로나19 백신이 그 어떠한 암을 발생시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의학적 근거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와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암 연구 및 치료 기관인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역시 코로나19 백신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는 근거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 웹사이트에는 "그 어떠한 [코로나19] 백신도 인체의 DNA와 상호작용하지 않으므로, 암을 유발할 수 없다"라는 설명이 실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관련 권고 사항에도 암 발생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이상 반응 중 하나라는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의료 전문가들은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지금까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문제없이 접종을 완료했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과거에도 코로나19 백신이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나 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공유됐는데, AFP는 취재를 통해 이 주장들이 사실이 아님을 보도한 바 있다

팩트체크 신청하기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