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사진... 원본 사진 속 정상들, 프라도 미술관 고전 미술 작품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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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2/07/08 03:46
  • 4 분 읽기
  • SHIM Kyu-Seok, AFP 한국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해골, 악마 등 괴기한 소재를 다룬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사진 두 장이 2022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촬영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는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만찬 행사 중 촬영된 사진을 조작한 것으로, 원본 사진에는 박물관에 전시된 서양 고전 미술 작품들이 등장한다; 조작된 사진은 라몬 얀솔라(Ramon Llansola)라는 작가가 제작한 것으로, 작가는 AFP와 인터뷰에서 사진 조작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일종의 실험적 예술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주장은 2022년 7월 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 우연은 없다; 이 "기괴한 예술"의 본질은 당신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게시글에는 두 장의 사진이 공유됐는데, 첫 번째 사진에는 해골로 둘러싸인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를 묘사한 그림을 바라보는 존슨 영국 총리의 모습이, 두 번째 사진에는 두개골, 동물 유골 등 기괴한 소재를 담은 것으로 보이는 그림 여러 점 앞에 서 있는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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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담긴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2년 7월 5일 캡쳐.

해당 사진들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개최된 이후부터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AFP 보도에 따르면 나토 정상회의 둘째 날인 6월 29일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에서 참가국 정상들을 위한 만찬 행사가 열렸다. 

동일한 이미지가 유사한 주장과 함께 페이스북 여기, 여기, 여기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사진들은 조작된 것이다. 

존슨 총리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조작된 사진 중 존슨 총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스페인 온라인 매체 푸블리코(Público)가 6월 29일 게시한 기사에 실린 사진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당 기사에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 참석한 나토 정상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여러 장이 실렸다. 

페이스북에 공유된 존슨 총리의 사진과 일치하는 사진은 스페인 뉴스 통신사 EFE가 촬영한 것으로, 사진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나토 정상회의 만찬 행사가 열린 프라도 미술관에서 티치아노의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음은 존슨 총리의 모습이 담긴 조작된 사진(좌)과 EFE가 촬영한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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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의 모습이 담긴 조작된 사진(좌)과 EFE가 촬영한 원본 사진(우) 비교

원본 사진 속 존슨 총리가 감상하고 있는 그림은 "뮐베르크 전투의 카를 5세(Charles V at the Battle of Mühlberg)"라는 초상화로,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티치아노가 1548년에 그린 당시 스페인 국왕 카를 5세의 기마 초상화다. 

AFP 사진기자도 동일한 행사에서 존슨 총리와 다른 정상들의 사진을 여러 장 촬영했는데, 해당 사진들은 여기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뤼도 총리

페이스북에 공유된 조작된 사진 중 트뤼도 총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의 원본 역시 AFP가 프라도 미술관 만찬 행사에서 촬영한 것이다. 

원본 사진에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22년 6월 29일 나토 정상회의 만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을 방문했다"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음은 트뤼도 총리의 모습이 담긴 조작된 사진(좌)과 AFP가 촬영한 원본 사진(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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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 총리의 모습이 담긴 조작된 사진(좌)과 AFP가 촬영한 원본 사진(우) 비교

나토 정상들이 프라도 박물관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 참석한 모습을 담은 사진 및 영상이 여러 해외 언론 매체의 보도에도 실렸는데, 해당 자료들은 여기, 여기,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조작된 사진 속 미술 작품

한편 별도의 구글 역 이미지 검색을 통해 조작된 사진에 등장하는 두 점의 미술 작품이 Virtualgallery.com이라는 웹사이트에 게시된 것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웹사이트에는 이 그림들이 라몬 얀솔라(Ramon Llansola)라는 예술가가 제작한 작품이라고 소개됐는데, 웹사이트에 게시된 작가의 프로필에는 "라몬 얀솔라는 '혼돈의 미술'이라는 작품을 1994년에 제작했다. 초현실주의와 인더스트리얼 음악의 영향을 받은 그는 고철, 동물 뼈와 유골, 페인트와 에어로졸 잔재 등을 재료로 이용한 작품을 선보였다"라는 설명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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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공유된 조작된 사진에 등장하는 두 점의 미술 작품(좌)과 Virtualgallery.com에 게시된 얀솔라 작가의 원본 작품 사진(우)

얀솔라 작가는 2022년 7월 6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조작된 사진들을 직접 제작했으며, 이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일종의 실험적 예술이라고 밝혔다. 

얀솔라 작가는 "[조작된 사진들은] 내 기존 작품들을 합성해 만든 사진 몽타주다"라며 이 사진들은 "누구를 속이려는 의도로 제작된 것이 아니며 각성을 유도하는 예술적인 실험이자 권력에 대한 도발적인 비평이다"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어 사진 속에 등장하는 예술 작품들은 "폐기물과 재활용품을 재료로 사용해 20년 이상 작업했던 실험적 예술 프로젝트"라며 이 작품들도 "자본주의 체제 및 소비 사회의 몰락과 이에 따른 병폐를 조명하려 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얀솔라 작가가 미술 창작 커뮤니티 DevianArt에 게시한 작품 사진 중에서도 존슨 총리의 모습이 담긴 조작된 사진에 등장하는 작품의 사진이 포함된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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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공유된 조작된 사진에 등장하는 미술 작품(좌)과 DevianArt에 게시된 얀솔라 작가의 원본 작품 사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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