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여객기 추락 사고가 일어나기 하루 전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을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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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월요일 2022/03/31 06:35
  • 수정 2022/03/31 10:39
  • 3 분 읽기
  • AFP 홍콩
  • 번역 및 수정 SHIM Kyu-Seok
한 영상이 2022년 3월 21일 중국 광시성에서 벌어진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의 추락 사고로 인해 발생한 산불을 촬영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국내 여러 언론 매체들 역시 해당 사고 소식을 전하며 이 영상을 인용했다. 하지만 화재 현장 근방에 위치한 푸젠성 상항현의 대변인에 따르면 이 영상은 동방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하루 전에 발생한 산불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상항현의 한 주민은 해당 영상이 여객기 추락 이전부터 온라인상에 공유됐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이 산불은 한 성묘객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영상은 2022년 3월 21일 "동방항공 쿤밍-광저우 노선 추랃 비행기추락으로 인한 산불로 구조가 어렵다고 하네요...제발 무사했으면"이라는 글귀와 함께 트위터에 공유됐다. 

약 5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산에서 짙은 연기를 뿜어내며 솟아오르는 불길의 모습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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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2년 3월 29일 캡쳐.

해당 영상은 2022년 3월 21일 중국 동방항공 보잉 737-800 기종인 여객기가 중국 남부 광시성 우저우 인근 산악 지역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부터 온라인상에 공유되기 시작했다. 

AFP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항공 당국은 3월 23일 수습된 여객기의 블랙박스를 통해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동일한 영상이 유사한 주장과 함께 페이스북 여기여기 그리고 트위터에도 공유됐다. 

MBC, MBN, 서울신문 등 다수의 국내 언론사들도 해당 영상을 동방항공 여객기 추락 보도에 인용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여객기 추락 사고 하루 전인 3월 20일에 중국 푸젠성에서 발생한 산불을 촬영한 것으로, 동방항공 추락 사고와는 무관하다.

산불 영상

키워드 검색을 통해 트위터에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영상과 일치하는 영상이 중국 장쑤성의 지역신문 현대쾌보(现代快报)가 3월 21일 웨이보에 게시한 영상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당 웨이보 게시글에는 이 영상이 동방항공 추락 사고 지점인 우저우에서 약 800km 떨어진 중국 동부 푸젠성 롱얀시 인근의 산에서 발생한 화재를 촬영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롱얀시 상항현의 대변인은 AFP와 인터뷰를 통해 해당 영상이 상항현에 위치한 한 마을의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을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상항현 대변인은 "이 영상은 [동방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을 담은 것이 아니라 상항현 소재 관좡셔족(官庄畲族乡) 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를 촬영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산속에 위치한 묘소를 방문한 한 성묘객이 제사를 위해 종이나 향을 태우는 과정에서 불이 번져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지역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린씨 성을 가진 지역 주민은 AFP 측에 비행기 추락사고 하루 전인 3월 20일에 다른 주민들과 나눈 위챗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는데, 소셜미디어상에 공유된 영상과 동일한 영상이 이 날 오후 3시 28일에 해당 메신저 대화방에 게시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은 린씨가 공개한 위챗 메신저 대화 내용의 스크린샷이다. AFP는 해당 영상이 담긴 기록과 영상이 공유된 시간을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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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씨가 3월 26일 제공한 위챗 메신저 대화 내용의 스크린샷

다음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잘못된 주장과 함께 공유된 해당 영상(좌)과 지역 주민 위챗 메신저에 게시된 영상(우)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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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공유된 문제의 영상(좌)과 지역 주민 위챗 메신저에 게시된 영상(우) 비교

AFP는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 지도 서비스를 통해 이 마을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는데, 위성 사진에 수록된 해당 마을의 지형이 영상 속에 등장하는 위치와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린씨가 제공한 영상 속에 등장하는 대화에도 제사 도중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담긴 발언이 등장한다.

린씨는 영상 속의 인물들이 이 지역의 방언인 하카어를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씨의 번역에 따르면 해당 발언을 한 여성은 "불길이 너무 쎄다"라면서 "제사를 지내러 산속에 올라간 사람은 재난[을 일으켰다]. [어떻게] 이렇게 부주의 할 수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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