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아프가니스탄에 버려진 소련제 전차를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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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상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접수한 미군 전차와 군용 차량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군사전문가에 따르면 영상에 등장하는 차량은 과거 소련에서 생산된 것으로 미군이 남기고 떠난 군용 차량이 아니다; 해당 영상은 "탱크 무덤"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에서 촬영된 것으로 못쓰게 돼 버려진 소련제 군용 차량의 모습을 담고 있다. 

문제의 영상은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탈레반이 압수한 미제 군용 탱크의 수를 확인하세요"라는 글귀와 함께 2021년 8월 31일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문제의 영상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글 스크린샷. 2021년 9월 1일 캡쳐.  ( AFP)

영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군용 차량의 모습과 아프가니스탄의 현지 언어 중 하나인 파슈토어를 구사하는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이 주장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2021년 8월 이후부터 온라인상에 공유되기 시작했다. 

유사한 주장이 페이스북 여기여기여기유튜브에도 공유됐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다수의 군사 전문가에 따르면 영상 속에 등장하는 차량은 과거 소련에서 생산된 것으로, 1980년대의 소련-아프간 전쟁 당시 사용된 이후 폐기된 것들이다.   

소련제 차량

소련은 1979년 게릴라 반군과 내전을 벌이던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공산당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의 병력을 파병했다. 

이후 소련군은 198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차량을 비롯한 여러 군사 물자들을 남겨놓았는데, 이러한 차량들이 대량으로 폐기된 장소들은 이후 BBC나 Vice 등 여러 매체들에 의해 "탱크 무덤" 혹은 "탱크 공동묘지"로 불리게 됐다. 

폴란드 제12기갑사단의 공보장교 마르셀 포드호로데키(Marcel Podhorodecki) 소령은 2021년 8월 31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소셜미디어상에 공유된 영상에 소련제 T-72 및 T-55 전차, BMP-1 보병전투차와 러시아 중장비 업체 ZiL이 제조한 트럭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이력이 있는 포드호로데키 소령은 "[영상 속] 차량들은 작동이 불가한 것으로 보이며, 여러 부품이 빠져있다"라며 "[영상의 배경이 된] 이 장소는 일종의 폐차장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민주주의 수호재단(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의 군사 연구원 라이언 브로브스트(Ryan Brobst) 역시 "영상에 등장하는 차량들은 모두 소련에서 생산된 것으로, 미제 군사 차량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브로브스트 연구원은 영상 속에 소련제 T-54/55 전차, T-62 전차, BMP-1 보병전투차,  BTR 60과 80 병력수송장갑차, BRDM-2 정찰 장갑차 그리고 130과 135 ZIL 트럭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소련-아프간 전쟁에 대한 연구자료와 보도 등을 통해서도 당시 소련군이 T-55와 T-62 전차를 주력으로 운용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문제의 영상 속에 등장하는 BMP-1 보병전투차, T-55 및 T-62 전차와 AFP가 리비아 및 이라크에서 촬영한 동일한 차량 모델 사진을 비교한 것이다.

페이스북에 공유된 영상 속 BMP-1 보병전투차(좌)와 AFP가 2016년 11월 리비아에서 촬영한 BMP-1 보병전투차(우) 비교. ( AFP)
페이스북에 공유된 영상 속 T-55 전차(좌)와 AFP가 2017년 9월 이라크에서 촬영한 T-55 전차(우) 비교. ( AFP)
페이스북에 공유된 영상 속 T-62 전차(좌)와 AFP가 2015년 3월 리비아에서 촬영한 T-62 전차(우) 비교. ( AFP)

아프가니스탄 전문가 로버트 크루즈(Robert Crews) 스탠퍼드 대학교 역사학 교수 또한 2021년 9월 8일 AFP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보병수송 차량을 비롯한 영상 속 모든 차량은 과거 소련이 남겨놓고 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크루즈 교수는 "미군은 최근에 아프가니스탄에서 M-1 전차를 소규모로 운용한 바 있지만 이 영상 속에는 M-1 전차가 등장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칸다하르의 "탱크 공동묘지"

소셜미디어상에 공유된 영상에 등장하는 한 남성은 파슈토어로 "친구들이여, 이곳은 칸다하르의 공항입니다. 이 차량들은 옛 무자헤딘의 것들입니다"라고 말하는데, 무자헤딘은 "성전에서 싸우는 전사"를 뜻하며, 소련-아프간 전쟁 당시 소련군에 저항하기 위해 생겨난 반군조직을 지칭하는 말이다. 

아프가니스탄 남부에 위치한 칸다하르시에는 다수의 "탱크 공동묘지"가 존재하는데, 영상에 수록된 메타데이터를 이용한 구글 어스 검색을 통해 이 영상이 칸다하르 공항 인근에서 촬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당 구글 어스 위성 사진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기 이전인 2017년 11월 1일 촬영된 것으로 사진에는 전차를 비롯한 여러 군용 차량이 배치된 모습이 담겨있다. 

칸다하르시 공항 인근에 위치한 장소가 촬영된 구글 어스 위성사진. 2021년 9월 7일 캡쳐.

구글 어스 위성사진과 영상 비교를 통해 사진 및 영상에 등장하는 차량의 배치(가로수 앞에 위치한 T-55로 보이는 전차 등)가 일치함을 알 수 있다.